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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방사선 없는 부정맥 시술'…임신 25주차 母子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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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3-04 15:14:21
임신부, 마취·엑스레이 투시 영상 없이 ‘부정맥 시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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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건강하게 퇴원하는 임신 25주차 심실빈맥 환자 부부와 임홍의 부정맥센터 교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림대성심병원 제공) 2021.03.04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료진이 임신 25주차 임신부를 대상으로 방사선에 노출시키지 않고 심장 내 초음파 만으로 부정맥 시술을 시행해 엄마와 아기(태명 토순·남아) 두 생명을 살려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지난달 19일 임홍의 부정맥센터 교수가 심실빈맥 임신 25주 임부를 국내 최초로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 기법으로 치료해 소중한 두 생명을 살렸다고 4일 밝혔다.

환자 김민혜(31·대구)씨는 이미 의식이 없고 멈춤 없는 빠른 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 Storm) 상태였다.심실빈맥은 심실에서 발생되는 매우 빠른 악성 부정맥이다. 심장 내 들어온 피를 온몸으로 보내주려면 정상적인 심장 박동수를 유지해야 하는데, 심장이 매우 빨리 뛰게 되면 계속 수축만 하고 이완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심장 내 피가 모이지 않게 되고 온몸으로 적절량의 피를 보낼 수 없게 된다. 이같은 심실빈맥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지속되면 혈압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심장 기능이 상실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김씨는 생명이 위중한 임신 중기 심실빈맥 환자로 뱃속에 아기가 자라고 있었다. 임 교수는 태아의 건강을 위해 약제 뿐 아니라 마취 없이 심장 내 초음파만으로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응급으로 시행해 성공했다.

김씨는 7년 전 심계항진을 동반한 심한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고, 심장내과에서 24시간 심전도검사 등 부정맥과 관련된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심장에 이상이 없다고 들었다. 의사는 가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이 정신적인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했다. 그녀는 그때부터 최근까지 7년간 공황장애 약을 복용해왔다.

지난해 결혼을 한 김씨는 산전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 20주가 넘어서면서부터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어지럼증이 심해졌고 급기야 갑자기 실신하는 일이 늘어나 침대에 누워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김씨와 남편은 뱃 속의 아기가 자라나면서 엄마로부터 영양분을 많이 가져가 어지럼증이 훨씬 더 심해졌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남편은 최근 아내가 자면서도 머리가 울리고 온몸이 떨리면서 의식이 희미해지는 증상이 잦아져 친구인 의사에게 알렸다. 맥박을 짚어본 의사는 부정맥으로 진단했고 심장내과 진료를 권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부부는 의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의사는 “환자는 당장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장이 심하게 빨리 뛰는 심실빈맥이고, 급사할 수 있다"며 "당장 시술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태아보다 엄마의 생명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부부는 큰 고민에 빠졌다. 그때부터 남편은 아기를 지우지 않고 아내의 부정맥을 치료해줄 의사를 찾기 위해 인터넷에 ‘임신부 부정맥 시술’을 수없이 검색했고 임 교수가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500례 시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부는 아기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진료일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진료 당일 부부가 대구에서 안양까지 오는 날에도 아내는 몇 번씩 어지러움과 심장 두근거림을 호소했다.

처음 내원한 김씨는 기계식 혈압계로는 혈압이 거의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저혈압 상태였다. 응급 시술이 시급했다. 부부는 임 교수에게 아기를 지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임 교수는 아기와 엄마 모두 안전하게 최선을 다해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성공했다.

시술 다음 날 그녀는 혈압이 정상 범위까지 올라왔고, 어지럼증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특히 부부에게 가장 걱정이 많았던 뱃속의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부부는 안도감에 눈물을 훔쳤다.

남편 김 씨는 “불안감과 공포가 많았는데 임 교수를 믿고 의지했다"면서 "방사선 피폭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아기에게 해로울 수 있는 약물 투여나 마취 없이 소중한 두 생명을 살려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환자 김 씨는 “공황장애로만 알았던 증상이 부정맥 때문이었다니 기가 막혔다"며 "시술받은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감쪽같이 어지러움이 사라졌고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돼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부정맥 증상인지 몰랐을 땐 입덧이 너무 심하고 어지러워 다시 임신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가능해져 둘째는 딸을 낳고 싶다"고 바랐다.

임 교수는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은 엑스레이 투시 영상 없이 심장 내 초음파를 허벅지 정맥을 통해 심장 내 위치시켜 심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시술을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방사선 노출이 전혀 없어 임신부도 가능하다”며 “부정맥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질환인 만큼 임신부라고 절대 시술을 미루거나 아이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정맥 시술은 보통 엑스레이 투시 영상의 도움을 받아 시술한다. 하지만 임 교수는 방사선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작은 크기의 심장 내 초음파(intracardiac echocardiography, ICE) 영상만으로 고난이도 부정맥 시술을 시행한다. 이 때 고해상도 3D 맵핑 시스템을 접목해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내 일부를 고주파를 이용해 절제 또는 괴사시키는 시술)을시행해 부정맥 시술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더욱 높였다.

고해상도 3D 맵핑 시스템은 컴퓨터상에 가상의 3차원 심장 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심장 내 전극도자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하고, 부정맥이 유발되는 부위와 통로를 신속하고 정확히 찾아 치료할 수 있도록 해준다.이 시술법은 방사선 노출이 전혀 없어 임신부나 성장을 앞둔 소아, 노약자 등 부정맥 환자에게 매우 적합하다.

임 교수는 심방세동 치료의 대가로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장 내 초음파(ICE) 공인 지도전문가 '프록터(proctor)' 자격이 있다. 국내 최초로 난이도가 가장 높은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만 500례(지난해 8월 기준) 시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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