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 당하자 그릇 휘두르며 저항…헌재 "정당방위 인정"
강제추행 가해자 상해 혐의로 기소유예
헌재 "검찰, 정당방위 여부 따지지 않아"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2021.02.25. [email protected]
헌재는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검찰을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B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A씨는 B씨에 의해 성추행을 당하자 사기그릇을 휘둘러 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혔다는 게 공소사실이었다. 이후 B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에 A씨는 강제추행의 방어 차원이었을 뿐, 적극적으로 공격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구체적으로 "B씨는 귀에 봉합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으나 확인할 수 있는 진단서 등 아무런 자료가 없다"라며 "A씨의 행위로 상해를 입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검찰은 A씨에 대한 피의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A씨보다 9살가량 젊은 남성으로 완력을 이용한 갑작스러운 강제추행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급박한 상황에 비춰봤을 때 다른 방어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B씨는 밤 10시가 지난 무렵 A씨를 뒤따라가 욕실 전원을 끄는 등 공포심을 야기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 기습적으로 강제추행을 했다"며 "사건 당일 정황, 강제추행이 이뤄진 장소의 폐쇄성 등을 고려하면 A씨의 방어행위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검찰로서는 B씨가 입은 피해가 상해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한 다음, 당시 A씨가 놓인 상황 등을 면밀히 따져 형법상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살폈어야 한다"라며 "이에 관한 충분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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