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요" vs "과잉규제"…성범죄자 배달 배제 '논란'
우아한형제들, 내달 14일부터 강력범죄 전과자 배달 금지
배달업계, "다른 기사들에 타격 안가게 하려면 불가피"
"범죄 범위 특정할 필요 있어" "부정적 인식이 만든 조치"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딜리버리앤(N) 앞에 새 주인을 기다리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주차돼있다. 코로나19 배달 호황기가 지나면서 수입이 감소한 배달대행기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업계가 정규직·월급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딜리버리앤은 배달의민족 손자회사가 정규직 라이더 운영을 위해 출범한 회사다. 2022.06.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배달 프리랜서 플랫폼 '우아한형제들'이 성범죄나 마약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들이 앞으로 배달의민족 라이더로 일 할 수 없도록 약관을 바꾼 것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지지와 우려의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늦은 밤 혼자서라도 안심하고 배달 주문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하는 소비자들이 있지만, 과거 범죄의 시기나 내용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무조건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낙인찍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 연계 서비스 '배민커넥트' 약관을 개정해 오는 2월14일부터 성범죄자 등 강력 범죄 전과자는 배달 업무를 할 수 없게 했다.
약관이 개정될 시 배민커넥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정강력범죄, 성범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범죄, 마약범죄 등의 범죄경력이 없어야 한다. 또 배달 계약 기간에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로 인해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
이 같은 조치가 도입된 건 지난 2018년 부산, 2019년 서울에서 범죄 전력이 있는 배달기사가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몇몇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배달대행업의 특성상 고객의 집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알 수 있고, 고객과의 대면 접촉이 많은 점,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한밤중 배달도 많은 점 등도 시민들의 걱정을 사고있다.
지난해 10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감독 관리 대상자(전자발찌 착용) 중 일용직에 종사하는 인원은 지난해 8월 기준 663명이었다.
조 의원 측은 당시 "일용직 근로자들이 배달라이더로 몰리는 추세"라며 "일용직 중 상당수가 배달라이더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개정된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라 택배기사의 경우 강력범죄자나 성범죄자의 취업을 20년 동안 금지되는 것과 비교되면서 부정적 여론은 더욱 커졌다.
고객의 집 앞까지 화물을 운송한다는 점에서 택배 기사와 업무가 비슷하지만, 현행법은 이륜차(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배달업에서 강력범죄자나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배달대행업에도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0년 10월에는 관련 청원이 올라와 3만여명이 동의했고 2021년 3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강력 범죄와 성범죄 전과자의 배달대행업 취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제안을 국토교통부에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배달음식 시장이 최근 5개월 연속 거래액이 줄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음식서비스(배달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조 232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3% 줄었으며, 7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정차돼 있는 모습. 2023.01.05. [email protected]
시민들 사이에선 이 같은 조치가 안심된다는 목소리와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성범죄가 강력범죄 중에서도 재범률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며 "가족 혼자 있는 우리 집에 성범죄자가 온다고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했다.
배달 업계에서도 성범죄 전력이 있는 기사들의 배제는 업계의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홍현덕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사무국장은 "(배달기사에 의한 성범죄) 문제가 불거지면 모든 라이더가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며 "다른 라이더들이 타격을 받는 것을 피하려면 이런 조치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정훈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도 "성범죄자 수준에서 이런 조치를 하자는 건 사회적 합의가 된 것 같다"며 "이런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이런 조치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소비자의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오래 전 범죄 전력을 일괄적으로 문제삼아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는 배달 기사라고 하는 직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동작구에서 배달 일을 하는 조모씨(32)는 "배달 기사를 '딸배'라고 낮춰 부르는 사람이 많다"며 "실제로 얼마나 많이 배달 기사가 이런 범죄를 일으키는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이 같은 조치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성범죄와 같이 특정 범죄에 대해 제재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지금의 약관 개정안에는 범죄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해놨다"며 "전과가 있더라도 사회 복귀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인권 차원에서 범위를 특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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