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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국 작가들이 전하는 '협력·공존'…경기도자비엔날레 '몽테뉴의 고양이'

등록 2024.09.07 10: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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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기도자비엔날레 주제전시

이천 경기도자미술관…10월20일까지

3부로 구성 '세계·타자·자신과 함께'

2024 경기도자비엔날레 주제전시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TOGETHER_Montaigne’s Cat)' 킴 시몬손(핀란드)의 모스피플(Moss People) (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4 경기도자비엔날레 주제전시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TOGETHER_Montaigne’s Cat)' 킴 시몬손(핀란드)의 모스피플(Moss People) (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천=뉴시스] 이병희 기자 = "내가 고양이와 놀고 있으면서, 사실은 그 고양이가 나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내가 어찌 알겠는가?"

2024 경기도자비엔날레 주제전시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TOGETHER_Montaigne’s Cat)'는 16세기 프랑스 철학가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이 물음에서 시작된다.

한국도자재단이 다음 달 20일까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세상을 이루는 4원소인 공기, 물, 불 그리고 흙이 모두 결합된 도자예술을 통해 '협력'의 의미를 탐구하는 장이다.

이 주제는 단순한 협력이 아닌, 몽테뉴의 고양이를 통해 바라본 깊이 있는 협력을 의미한다.

전시에 참여한 14개 국가 26명의 작가는 협력과 공존의 예술적 메시지를 탐구하고, 나의 시선에서의 배려가 아니라 상대에게 온전히 귀 귀울였을 때 아름다운 균형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전한다.

'투게더(TOGETHER)'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전시는 ▲1부 '세계와 함께: 순환하는 대지의 질서' ▲2부 '타자와 함께: 우정에 대하여' ▲3부 '자신과 함께: 디지털 세상 속에서' 등 세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1부 '세계와 함께: 순환하는 대지의 질서'

킴 시몬손(핀란드)의 모스피플(Moss People)(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킴 시몬손(핀란드)의 모스피플(Moss People)(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부에서는 기상이변, 환경오염, 멸종위기 동물, 생태계파괴 등 지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마주한다. 대지, 바다, 미생물,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의 균형 있는 상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전시된다.

미술관 1층 로비에서 만나볼 수 있는 마리떼 반 데어 벤(네덜란드)의 '네가 어떻게 감히'는 '삐삐 롱스타킹'과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미지를 합친 모습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계기로 무책임한 어른 세대를 비판해온 그레타는 용감한 소녀 삐삐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 작품은 환경운동가로서 전쟁에 나서겠다는 그녀의 투쟁을 응원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킴 시몬손(핀란드)의 모스피플(Moss People)은 현대사회의 분쟁과 갈등으로 지구 종말이 찾아온 시점, 울창한 숲에서 자신들의 몸을 보호한 채 생활하는 아이들을 표현했다. 신비로운 숲속 요정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의 표정은 어둡고 공허하다. 작가는 도자기 위에 나일론 섬유를 덮어 신비로운 녹색 빛깔의 인물상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미래세대를 위해 어떻게 건강한 공동체를 지속할지 질문하고, 아이들의 생기와 순수함을 지켜줘야 하는 어른들의 역할과 실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와신부리 수파니치보라파치(태국)의 '드래곤부대(Dragonerpanzer 2020)'은 살상무기인 탱크에 화려한 중국 전통 청화백자 문양을 그려 이질감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미술품 수집에 열광하던 폴란드 국왕 아우구스투스 2세는 부와 권력의 상징인 최고급 중국 도자기에 매혹돼 자신의 군사 600명과 이웃나라 국왕 도자기 151점을 맞바꾼 기록이 있다. 이 작품은 화려함에 얽힌 인간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 결국 파멸로 이어줄 수 있다는 문제점을 꼬집는다.

또 ▲생태계 불균형으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경고하는 켄+줄리아 요네타니(일본)의 '디스바이오티카:새로운 세대_어린이(Disbiotica:Next Generation_Child) ▲생태계의 건강한 공존을 강조한 맹욱재(한국)의 몽중림(夢中林)  ▲음파탐지기 남용이 고래에게 미치는 영향을 담은 멜라 쇼(영국)의 '사운딩 라인(Sounding Line) 등도 전시된다.

 

2부 '타자와 함께: 우정에 대하여'

팁 톨랜드(미국)의 '백색증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팁 톨랜드(미국)의 '백색증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부에서는 이념적, 민족적, 신체적 차이로 비주류로 여겨지거나 경계선에 놓인 존재를 전시장에 초대한다.

젠더이슈, 퀴어, 유색인종, 이주민 등 사회적 타자로 여겨지는 이들을 환대해 자유롭게 공존하고 세심한 관계를 맺는다. 이분법이 만연한 세상의 경계를 흐리고, 편견 없이 서로의 차이를 가볍게 하는 방법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팁 톨랜드(미국)의 '백색증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는 정교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도자 인물상이다. 백색증을 앓고 있는 하얀 피부의 흑인 아이들은 고통과 불안에 가득 차 있고, 자식들의 울음소리에 깨어난 가만 피부의 어머니 모습이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을 비극적인 현실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은 현재도 탄자니아 알비노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끔찍한 사회·정치적인 내용을 다룬다. 아프리카에는 '알비노 아이의 신체가 부와 권력,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그릇된 미신이 남아 있어 종종 아이들의 신체 일부가 절단돼 비싼 값에 팔린다. 작가는 언제 공격을 당할지 모르는 알비노 아이들을 작가만의 섬세한 방식으로 제작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비인격적인 이야기를 고발한다. 실제 사람 크기의 두 배 정도로 크게 제작된 이 작품들은 인간의 무지, 편견, 욕심이 낳은 흑인 가족의 비참함을 극대화한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이민 2시대 작가 스티븐 영 리의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드러난다. 벽에 걸린 화려한 접시 '산산이 부서진 꿈과 변화의 움직임:박순청'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스파 총격사건으로 희생된 동양여성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주했던 그녀들을 깨져버린 꿈의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추모한다. '독수리구름무늬 매병'은 고려청자의 전통적인 양식에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그려져 있다. 작가가 성장하면서 느꼈던 문화적, 역사적 이미지를 융합해 한국 전통 도자에 담아냈다. 그의 불완전한 소속감은 찢어지고 변형된 기형을 통해 드러난다. '부조화 속의 조화'를 강조하기 위해 기형은 의도적으로 해체되 작품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 밖에도 ▲빈곤, 불평등,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인종차별 등을 다룬 로베르토 루고(미국)의 새로운 노예: 현장작업 ▲보수적인 아시아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경험한 불합리함을 표출한 류시(중국)의 '우리의 신은 위대하다' 등이 전시된다.

3부 '자신과 함께: 디지털 세상 속에서'

 황 춘마오(중국)의 '핑크 드림 미러(Pink Dream Mirro)'(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황 춘마오(중국)의 '핑크 드림 미러(Pink Dream Mirro)'(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부에서는 디지털 투명 사회에서 소외된 개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여러 풍경을 선보인다. 관람객과 작품, 작가가 함께 호흡하면서 회복과 지속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며 새 시대의 화합을 향해 나아간다.

강용석(한국)의 '귀로'는 개인주의와 1인가구가 늘어나는 한국 사회의 취약 계층 노인에 눈길을 돌린 작품이다. 부양가족 없이 외면받고 단절된 채 살아가는 노인이 주인공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모든 생활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고립된 노인에 주목해 노인 소외문제를 짚어본다.

전시 마지막에 만나볼 수 있는황 춘마오(중국)의 '핑크 드림 미러(Pink Dream Mirro)'는 혼란하고 고독한 현실사회에서 사람들을 눈부신 만찬장으로 초대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편견과 불안을 몰아내고 유대감을 쌓는다. 황춘마오의 작품은 서양 식기 형태에 중국 각 지역 전통그림, 건축, 의복 등에 영감을 받은 다양한 요소가 절묘하게 조합한다. 작가는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현대에 전통을 지키면서, 이를 보편적인 서양 식기에 입혀 동양의 아름다움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돋보일 수 있게 연구하고 있다.

또 작은 도자기 피스가 모여 광활한 패턴을 이룬 앨버트 요나단 세트야완(인도네시아)의 '마음의 잠재의식 격자'도 전시된다.

한국도자재단 관계자는 "현대 도자예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도자 문화와 예술을 통해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들로 구성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 차이를 존중하고 사려 깊게 배려하는 진정한 협력의 방법들을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류와 긴 시간을 공존해온 도자예술을 통해 '삶의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 공감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024경기도자비엔날레는 9월 6일부터 10월 20일까지 45일간 경기도 이천, 여주, 광주 및 경기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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