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간첩법 한인 구속, 반도체 경쟁 중 불거져"…외신들 주목
"한국 반도체 기술 중국 유출 혐의 구속 시점과 맞물려"
FT, 전문가 분석 인용…"A씨, 한국에 영업비밀 넘겨도 이득 가능성 낮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2019.08.14. [email protected]
지난 29일 중국 외교부가 한국인이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면서 외신들도 이번 사안에 관심을 나타냈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던 50대 한국인 A씨는 지난해 12월 허페이시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돼 구금됐다.
A씨는 호텔에 격리된 채 조사를 받다가 지난 5월께부터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해온 A씨는 2016년 이후 중국 D램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페이시 당국은 창신메모리 근무 당시 A씨가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에 유출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포됐을 당시 제시된 문건에는 중국 반도체 업체의 기밀을 한국으로 유출해 반간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부터 중국에서 간첩 혐의의 적용 범위를 크게 확대한 반간첩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래 한국 국민이 해당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그간 주로 일본이나 서방국가들 위주로 이어져왔던 반간첩법의 화살이 한국인에게도 향하면서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이 반도체 경쟁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일이)중국과 미국의 기술 전쟁으로 외국 반도체 칩과 제조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제한되는 등 서방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이 반간첩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중국은 첨단기술 자립을 위해 자국 산업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A씨가 체포된 시점이 반도체 기술을 CXMT 빼돌리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직 직원이 구속된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부장 출신인 김모씨는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해 CXMT의 제품 개발에 사용하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또 지난 9월에는 삼성전자가 4조원을 투입해 개발한 D램 공정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직 임원인 최모씨 등 2명이 구속 기소된 경우도 있었다.
SCMP는 최씨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는 지난해 11월 삼성이 개발한 민감한 정보를 훔친 혐의로 한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분석가들은 이 사건이 삼성의 메모리 기술을 CXMT에 유출한 혐의로 한국 기술자 김씨를 지난 1월 한국 검찰이 기소한 것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FT는 "이번 체포는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에 따른 한국 국적자 중 처음으로 중국 내 외국 사업과 관련해 불거진 사건"이라며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 두 곳이 있는 한국이 1580억 달러(약 217조원) 규모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벤 포니 서울대 연구원은 FT에 "CXMT의 메모리 기술이 한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씨가 한국 경쟁사에 영업비밀을 넘긴다고 이득을 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경찰이 올해 적발한 12건 중 10건이 중국에 대한 기술 유출 관련 사안이라는 점을 들면서 "한국이 한국 기술을 습득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단속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민 산업통상자원부 뭐역위원장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관련된 이러한 종류의 산업 스파이 사건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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