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서 모레노 승리…"현 정부 사회복지 정책 계승"
【키토=AP/뉴시스】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2일(현지시간) 집권당 후보 레닌 모레노가 국기를 흔들며 승리의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2017.04.02
에콰도르 일간 엘 디아리오에 따르면 개표가 94% 진행된 가운데 모레노 후보는 51.07%의 득표율로 48.93%를 얻은 우파 야당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61) 후보를 따돌렸다.
라소 후보는 아직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결선투표 종료 후 여론조사 기관들은 상반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두 후보에게 결선투표 결과를 승복할 것을 주문했다.
후안 파블로 포조 선관위 위원장은 "대선후보들은 에콰도르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행사한 민주적인 결정을 따를 윤리적인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소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 3곳에서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자신이 승리한 것으로 나왔으며 한 여론조사 기관은 자신이 6%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는 출구조사를 발표했다며 재검표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소 후보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도발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는 당국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겠지만 단호하게 국민의 의지를 지키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바보가 아니며 에콰도르 국민도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모레노 후보를 지지하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선관위 결고 발표에 환영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우파진영의 비도덕적 행위를 처벌하지 않은 채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라소 후보가 1999년 금융위기 때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인권 운동가 출신의 모레노 후보는 선거 기간 코레아 대통령이 추진한 빈곤 퇴치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모레노는 부통령을 역임했으며 2013년에는 에콰도르 의회의 추천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모레노는 1998년 1월 에콰도르 수도 키토의 식료품점 주차장에서 강도가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낙천적인 성격의 모레노 후보는 이 같은 역경을 극복했다.
【키토=AP/뉴시스】야당인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 후보가 지난달 29일 에콰도르 키토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보수 성향의 은행가 출신인 라소 후보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세금을 낮추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라소 후보가 1999년 금융위기 때 이득을 봤다고 비판했다. 2017.04.03
경제통으로 경제부 장관과 은행장을 역임한 라소 후보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세금을 낮추고 4년 내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에코도르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그는 하밀 마우아드 전 대통령 집권시절(1998~2000년) 경제부 장관으로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마우아드 전 대통령은 2000년 빈곤과 차별에 분노한 원주민들의 봉기에 쫓겨났다.
한편 에콰도르 대선 결과는 주변 중남미 국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중남미에서는 우파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개월간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에서 정권이 좌파에서 우파로 넘어갔다.
브라질에서는 좌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탄핵을 당하면서 중도우파 성향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권력을 장악했다.
한편 이번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 결과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라소 후보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30일 안에 어산지를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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