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고 싶지 않아요"···특성화고 학생들, 권리연합회 창립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평화시장에서 창립 선언을 했다. 2017.11.11. [email protected]
"제주 현장 실습생 사고, 남의 이야기 아냐"
전태일재단 이사장 "권리찾기 자기 주도로 결정"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겪는 차별과 고충을 알리기 위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특성화고연합)'가 10일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평화시장에서 창립했다.
특성화고연합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평화시장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우리는 차이를 인정하지만 차별받고 싶지 않다. 우리는 특성화고에 온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의 선택을 존중받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창립선언에서 "꿈과 적성을 찾아서,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특성화고에 들어왔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며 "우리는 능력과 실력보다 학교 이름으로 평가당한다. 심지어 외모 평가를 당하기도 한다. 여전히 특성화고는 과거 실업계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19살 청년노동자, 전공과 다른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숨진 전주의 여고생, 어제 제주에서 사고를 당한 현장실습생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 환경에서 언제든지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지난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의 한 기업체 공장에서 실습을 하던 A(19)군이 기계에 몸통이 끼어 큰 부상을 입은 데 대해서 "제주에서 발생한 현장실습 중 사고는 실습생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연합회는 사고 경위를 비롯해 현장 실습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없었는지 알아보고 도울 일이 있으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성화고연합은 앞서 서울 중구 훈련원공원에서 '아이캔스피크' 자유발언을 통해 특성화고 학생으로서의 고충과 소망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자신의 전공을 표현하는 근무복, 간호복, 교복 등의 옷을 입은 100여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참석했다.
한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중인 유모(19)양은 "취업 준비를 해야하는 3학년이지만 터무니 없이 몰려있는 전공 수업, 전공과 관련없는 취업처들, 취업 전 한 시간 전에 이뤄지는 노동안전교육, 이러니 어떻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냐"라며 "학교는 취업을 보내기만 하면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 문제들은 우리 피해로 안고 가야하는게 문제"라고 호소했다.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도 "전태일 열사는 여러분 나이에 봉제 노동자로 청계천에 왔다. 22살 나이에 자기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의 권리와 삶을 위해서 도저히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자기 주도적 결정을 했다"며 "현실은 만만치 않다. 힘을 모아서 하나된 모습으로 나아갈 때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까지 행진을 한 뒤 성동공고 강당에서 창립 대회식을 이어갔다.
특성화고연합은 지난 7월26일 구의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계기로 특성화고 학생들이 모인 것이다. 이후 특성화고 10만 권리선언 운동을 펼쳐왔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특성화고연합 회원은 1064명이다.
이들은 이날 창립 선언 이후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회원을 모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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