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수·강도 증가···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신화 깨진다
【포항=뉴시스】박준 기자 =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갈라진 포항의 한 도로. 2017.11.15 [email protected]
1978년 지진 6회→ 2016년 252회 '대폭 증가'
규모 3.0 이상 지진도 40년 간 6배 가량 늘어
"한반도 지형 변화중···더이상 안전지대 아냐"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경주 지진 1년 만에 포항에서 또 강도가 센 지진이 발생하자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정설이 흔들리고 있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6.12도, 동경 129.36도이며 지진 발생 깊이는 9㎞로 측정됐다.
이는 지난해 9월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어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강진으로 분류된다. 규모는 경주 때보다 작았지만 지진 발생 깊이가 얕고 거리도 도심에서 가까워 체감 강도는 더 컸다는 분석이다.
경주 지진 후 1년여 동안 감지하기도 쉽지 않은 미미한 수준의 여진만 일어나다가 이날 갑작스레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1년 전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포항=뉴시스】박준 기자 =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해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email protected]
경주와 바로 인접한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한 점도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기상청이 집계한 경주 지진으로 인한 여진은 지금까지 총 600회가 훨씬 넘는다. 올해 들어 지진은 130회 이상 발생해 크든 작든 지진은 거의 매일 지진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발생 추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1978년 한 해에 6회에 불과했지만 1985년 26회, 1999년 37회, 2009년 60회, 2013년 93회에 이어 지난해 252회로 크게 늘었다.
횟수도 많지만 지진 발생 지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경주와 포항 뿐만 아니라 창원, 영덕, 울산, 김천, 문경, 구미 등과 같은 경상도 지역은 물론 여수, 창원, 삼척, 동해, 태안, 옥천, 보령, 인천(백령도 포함) 등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지진이 발생했다.
예전과 달리 지진 규모도 점차 강진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8년만 해도 규모 3.0 이상 지진은 5회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4회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규모 3.0은 실내의 일부 사람이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정도다.
과거에도 강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부산 곳곳에서도 지진동이 감지된 가운데 부산 금정구 금양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하고 있다. 2017.11.15. (사진=부산시교육청 제공)[email protected]
기상청이 발간한 '한반도 역시지진 기록'에 따르면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삼국사기 등 역사 문헌에 기록된 2161회의 지진 중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440차례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건물을 파괴할 수 있는 진도 8~9 지진 역시 15차례로 기록됐다.
역사문헌에 기록된 지진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지진은 신라 혜공왕(779년)때 3월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8~9(규모 6.7 정도)의 지진으로 가옥이 무너지고 사망자가 100여명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한다.
박정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지금 전체적으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한반도 땅 자체가 동쪽으로 끌려가면서 양쪽에서 미는 힘보다는 잡아당기는 형태로 변화 중에 있다"면서 "당연히 지진 안전지대는 더 이상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박 센터장은 "경주지진 이후로 이미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된 것"이라며 "과거 역사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낸 지진이 있어서 국가적으로 지진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을 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된다"고 지적했다.
【포항=뉴시스】박준 기자 =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인해 포항에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조은영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우리나라가 경주지진을 겪어봤기 때문에 사례에 비춰보면 여진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며 "지금도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규모 7.0 이상의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강진은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손문 부산대 지질재해 산업연구소 교수는 "지구는 껍데기가 항상 운동하기 때문에 응력이 누적되면서 땅이 움직이게 돼있는데 그런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규모 6.5~7.0 정도가 최대 지진 규모로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이날 포항 지진과 관련해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한반도 대지진 발생 가능성은 예단하기 힘들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