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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칼럼 "트럼프 亞순방은 12일간의 아첨여행"

등록 2017.11.16 03: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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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필리핀)=뉴시스】전진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오찬을 마친 뒤 동아시아정상회담(EAS) 회담장 앞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단에게 예고없이 아시아 순방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4.  amin2@newsis.com

【마닐라(필리핀)=뉴시스】전진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오찬을 마친 뒤 동아시아정상회담(EAS) 회담장 앞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단에게 예고없이 아시아 순방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최근 아시아 5개국 순방은 중국과 러시아 등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아첨 여행’이었다는 혹평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요란한 브라스 밴드의 연주 속에 미국의 퇴보를 예고하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12일간의 아첨 여행(12-day adulation tour)’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떠오르는 중국의 파워를 미국이 인정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호전적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환심을 사려는 일정이었다고 힐난했다.

  이그나티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12일간 아시아 순방을 줄리어스 시저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표현을 패러디해 “왔노라, 보았노라, 아첨했노라”라고 비꼬기도 했다.

 다음은 이그나티우스의 WP 칼럼 요지.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미국정책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 다른 지도자들의 도움을 청했다. 그들의 미덕을 칭송했다. 그들의 세계관을 끌어안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첨 여행 과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정말 보기드문(really extraordinary)” 관계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매우 특별한 사람(a very special man)”이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스한(incredibly warm)”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는 “매우 성공적(very successful)”이라는 찬사를 안기고 “대단한 관계(great relationship)”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에서는 러시아는 “우리나라에 부채가 아닌 자산(an asset to our country, not a liability)”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번 순방은 진정으로 역사적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순방은 미국이 떠오르는 중국의 파워를 받아들인다는 신호를 보냈다. 호전적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보이기도 했다.

 1945년 얄타회담을 통해 미국은 동유럽에 대한 소련의 헤게모니를 인정했다. 트럼프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태평양 파워’로서 중국의 도래를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에게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나라를 모두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적인 러시아와의 타협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미국에 반하는 은밀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글로벌 위상을 떠받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레드 라인을 요란하게 설정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북한과 시리아 문제에서 모두 러시아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여기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옮겨보자. 그의 아시아 순방 중 가장 중요한 성명이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러시아가 그동안 매우 무거운 제재를 받아 왔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흩어지고, 깨진 세계를 치유해야 할 시간이다. 나는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세계를 위한 자산이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환심을 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방향상실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이 모두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증진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있지만, 아직 필요한 결정들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영으로 가득한 사람(vain man)”이다. 자신이 칭찬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아부한다. 만일 그의 접근 방식의 이면에 전략적인 개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묵인과 결혼한 리얼리즘(realism married to acquiescence)”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지켜보면서 나는 요란한 브라스 밴드의 연주 속에 미국이 퇴보하고 있음을 느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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