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또 다른 '아랍의 봄'으로 이어질까
【로마=AP/뉴시스】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주재 이란 대사관 밖에서 이란 반정부시위 지지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2018.1.3.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과거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 정치경제적 염증에 따른 대중 움직임이 일었을 때 독재 청산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는 높지 않았지만 아랍의 봄은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정확한 규모와 지속력, 리더십, 정치적 목표 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그 과격함, 확산 속도, 범위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추이를 지켜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전국으로 퍼져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다. 이는 2009년 부정선거에 항의하기 위한 '녹색 운동'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시위로 이미 사망자만 21명이 나왔고 450명 이상이 체포됐다.
녹색 운동이 수도 테헤란 위주로 진행됐다면 이번 시위는 지역 단위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학력 중산층과 도시 거주자들이 녹색 운동을 이끌었다면 이번 시위는 노동자와 하층민들이 주도하고 있다.
WP는 이란 시위 규모가 크긴 하지만 이번 사태가 아랍의 봄 같은 파급력을 갖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시위의 추동력이 얼마나 유지될 지가 관건이다.
WP는 튀니지, 이집트의 경우 민주화 열망이 국가를 넘어 중동 전역에서 거센 가운데 진행됐고 시위에 참가한 시민 사회 집단이 훨씬 다양했다며, 현재로선 이란 시위는 지엽적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대응도 변수다. 온건 개혁파인 로하니는 강경파의 야권 탄압과 군의 정치 관여를 비판해 왔는데 이번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이 같은 신조를 지킬 지 두고봐야 한다.
또 이란에선 군부가 정권 붕괴에 결정적 역할을 한 튀니지, 이집트와는 달리 군대 내 분열이나 정부 비판 기미가 없다. 시위대의 경우 리더십과 조직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폭력이 심화하면 급속도로 명분을 잃게 된다.
소셜미디어의 역할도 관심거리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메신저가 시위 확산에 기여했지만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기도 하다. 언론 통제나 대외 교류 제한으로 인해 현장에서 사실 검증을 할 언론도 많지 않다.
미국 정부의 반응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경우 미국와 우호적 관계였지만 이란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회를 틈타 이란 추가 제재를 검토하는 등 대놓고 반정부 시위를 지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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