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아내 "김지은, 애인 만나듯…'마누라 비서'로 불려"
安 측, 민씨 각종 증언 통해 '위력 행사'에 총공세
민씨 "직감적으로 김씨가 安 좋아하는 것 알았다"
"홍조 띈 얼굴이 오랜만에 애인 만나는 여인 같아"
'상화원 리조트 사건' 집중 부각해 검찰 몰아세워
검찰 "김씨가 부부 침실에 들어왔다는 건 추측"
민씨 "남편 의심 안해"…신문 도중 눈물 보이기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13. [email protected]
13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성폭행 혐의 5차 공판에 아내 민주원(54)씨가 피고인(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은 고려대학교 83학번 동기로 대학 1학년 때부터 교제를 시작해 1989년 결혼했다. 민씨는 안 전 지사 정치 행보를 30년 넘게 헌신적으로 보좌해 부부이자 '정치적 동지'로 불리기도 했다.
민씨는 "지난해 7월말 김씨가 수행 업무를 위해 아침에 피고인을 모시러 올 때 '지사님'이라고 부르면서 달려오는 모습을 처음 본 적이 있는데, 홍조 띈 얼굴이 마치 오랜만에 애인을 만나는 여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들은 다 안다. 직감이라는 게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고, 매우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민씨는 또 김씨가 안 전 지사 지지자들 사이에서 '마누라 비서'로 불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안 전 지사를 15년 간 지지해온 이에게 들은 이야기라는 걸 전제한 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다가오는 지지자들 중 유독 여성의 접근을 꺼린 것으로 안다"며 "피해자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마누라 비서'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단은 이날 민씨 증인신문을 통해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적으로 좋아했다는 걸 드러내 검찰 측이 주장하는 '위력에 의한 성관계'가 사실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데 힘을 쏟았다.
◇변호인단, 상화원 리조트 사건 집중 부각
이 과정에서 변호인단은 이른바 '상화원 리조트 사건'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앞서 안 전 지사 측은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와 민씨가 충남 보령시 죽도 상화원 리조트에 부부 동반 모임을 갔을 당시 부부가 묵는 방에 김씨가 새벽 4시께 들어와 두 사람이 자는 모습을 침대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민씨는 이 사건에 대해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민씨에 따르면, 이 리조트는 호텔 형태가 아닌 독채 형태로 돼 있는 구조다. 안 전 지사 부부와 김씨는 같은 동을 썼고 2층에는 부부가, 1층에는 김씨가 묵고 있었다. 민씨는 "1층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고, 이후 김씨가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며 "이후 김씨가 침대 발치에서 3~4분 간 지켜보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민씨는 '그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당황해서 실눈을 뜨고 가만히 있었다. 그때 바로 지적했더라면 이런 사건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피고인이 김씨를 발견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지은아 왜 그래'라고 묻자 당황한 김씨가 쿵쾅거리며 1층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민씨는 "피고인에게 '저분이 당신을 위험에 빠뜨릴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말했고, 피고인은 12월에 수행비서를 교체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씨는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보직을 변경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13. [email protected]
이에 검찰은 반대신문을 통해 당시 김씨가 들어왔다고 말하는 건 추측일 뿐이라며 민씨 증언을 탄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검찰은 민씨가 당시 방이 어두워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분간할 수 없었다는 점, 김씨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 이후 김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 피고와 피해자의 관계를 의심하면서도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추궁했다.
민씨는 이에 "그 건물에는 부부와 김씨 외에는 묵지 않았고, 실루엣만 보고도 김씨인지 알 수 있었다" "당황해서 반응을 하지 못했고, 그 부분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김씨가 불편했지만 내색을 안 한 것 뿐이다" "인사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김씨 위치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민씨는 '안 전 지사와 김씨의 관계를 의심하면서도 두 사람이 함께 출장가는 걸 왜 막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피고인이 누구와 출장가는지 난 전혀 알지 못했고, 물어본 적도 없다. 사건이 터진 이후에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재판부 또한 '상화원 리조트 사건' 당시 민씨가 김씨를 명확히 알아볼 수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숙소 조명 위치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안희정 아내 결국 눈물, 안희정 고개 떨궈
민씨는 이날 법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민씨는 상화원 관련 진술을 이어가던 중 "피고인을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고, 상화원 이후에도 그랬다"며 "김씨가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했다.
민씨는 간혹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대체로 질문에 막힘 없이 답했고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대답을 위해 변호인과 눈을 마주쳤을 뿐 안 전 지사는 쳐다보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시종일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내 민씨가 증인대에 서기 전부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만졌으며 신문이 시작된 후에는 끝날 때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민씨는 약 1시간에 걸친 증인신문을 마친 뒤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고 묻자 한동안 말 없이 정면을 바라보다가 "없습니다"라고 말한 뒤 법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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