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폭염 도시 등극한 홍천…"뜨거운 동풍이 분지에 갇혀"
1942년 이후 76년 만에 최고 기온 지역 변경
'대프리카' 제친 강원도…"남서풍 대신 동풍"
백두대간 넘어온 뜨거운 바람 유입이 원인
홍천은 사면이 산에 둘러싸여 기온 더 올라
고온습윤한 바람이 깔때기처럼 모여 정체
"주말부터 다시 대구 쪽 기온이 더 오를 것"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강원도 홍천 최고 기온이 40.6도를 기록하면서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월동 공식관측소 내 모니터에 홍천군 기온이 표시되고 있다. 지도상 검은색 부분은 40도를 돌파한 지역을 표시한 것이다. 2018.08.01. [email protected]
홍천에 있는 공식 관측소는 이날 오후 4시께 41.0도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공식관측소 기록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종전 기록은 1942년 8월1일 대구 40.0도였다.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한 지점이 '대프리카'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대구에서 이번에 강원 홍천으로 76년만에 바뀐 배경에 대해 기상 전문가들은 우선 '바람'을 원인으로 꼽았다.
대구의 경우 국지적인 특성상 구름이 없고 일사량이 강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무더운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산을 넘어온 동풍이 공기를 건조하고 뜨겁게 만들면서 가장 더운 지역이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구가 더운 경우는 서쪽의 소백산맥을 넘어서 온 남서풍으로 인해 달궈진 공기가 전라도를 거쳐 오면서 지열 효과가 일어날 때"라며 "하지만 지금은 동풍이 뜨거워져 들어온 게 폭염의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즉 태백산, 설악산 등 태백산맥 허리 쪽을 넘어서 들어온 동풍으로 인해 서울이나 영서, 경기 남부 지역 등이 집중적으로 기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고온건조한 바람이 되는 푄 현상(높새바람)이 기온을 끌어올리는 주 원인이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2일 대구시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앞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쿨링포그로 더위를 식히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18.08.02. [email protected]
기상청 관계자는 "보통 북태평양 고기압이 제주도나 일본 남부에 위치하고 있을 경우 그 위쪽에 있는 우리나라에는 남서풍이 들어온다"며 "하지만 지금은 동풍이 들어오게 된 게 (대구에서 강원으로) 폭염 지역이 변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강원 홍천은 영서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 동시에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온습윤한 바람이 갇혀 정체하면서 기온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백두대간에서 넘어온 바람이 강원도 홍천에 유입되고 산으로 둘러싸인 속에 깔때기처럼 모여 유독 더웠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이 이번에 유난히 높은 기온을 보이는 것도 동풍이 불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8월 첫 날 서울 낮 기온이 39.6도까지 오르고 강원도 홍천은 41.0도를 기록했다. 비공식 기록인 서울 내 AWS(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는 강북(서울) 41.8도, 신령(영천) 40.6도, 군위 39.8도, 지보(예천) 39.5도, 달성(대구)39.4도를 기록했다. [email protected]
이어 "대구는 햇빛이 뜨겁고 내륙에 있다보니 바람도 적다는 원인이 전형적 패턴이지만, 강릉과 홍천 등 강원 산간지역의 폭염은 바람과 관련이 많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의 폭염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이후 남은 여름의 기온은 다시 대구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어디가 강하느냐에 따라 가장 더운 지역은 변하기 마련인데 이제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시 제주도와 일본 남부 쪽으로 확장할 것으로 본다"며 "내일까지는 중부 지방이 많이 덥겠지만, 일요일부터는 다시 남부지방과 대구 쪽이 더 (기온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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