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폭우로 다량의 토사 유출…유치원 철거해야"
"기울어진 유치원, 폭우·설계 영향 모두 검토해야"
"많은 비에 토사 유출…지반 꺼지며 건물 지지력 잃어"
"토사 유출 대비한 흙막이 적절히 설치했는지도 봐야"
"유치원 대부분 토사 위 지어져…지반강화작업 했나"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건물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한중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건설환경프랜트공학전공 교수는 "이 일대 건물들이 풍화토층 위에 있는데 고정 시키는 볼트와 같은 철근자재들이 필요한 곳까지 설치가 안 돼 있던 듯하다"며 "게다가 비가 많이 오니까 토사가 유출되면서 지반이 (아래로) 꺼지고 슬라이딩이 생기며 건물이 지지력을 잃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폭우가 오면 지반 내 흐름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공사시 지하수 흐름 등을 검토하도록 하는 특별법 등이 제정돼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다"며 "문제는 해당 유치원이 오래된 건물이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까지 반영해 설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에 따라 폭우에 취약했을 수 있다"고 봤다.
이춘석 토질 및 기초기술사도 쏟아진 폭우로 인한 영향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 기술사는 "비가 오면 지반 내부에 가해지는 수압이 두 배 이상으로 매우 커진다"며 "수압이 강하면 다량의 토사 유출이 생길 수밖에 없고 지반 위 지어진 건물이 흔들리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사는 흙막이(축대) 설치가 부실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공사부지가 넓으면 우선 흙막이를 설치해놓은 뒤 추가로 H형강과 같은 철근 자재 등을 받침대로 설치한다"며 "만약의 경우 이 작업이 제대로 안 돼 유출된 토사가 흙막이 등에 막히지 않고 넘어가 유치원 쪽 지반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서울 동작구 다세대주택 공사장에서 흙막이(축대)가 무너지면서 인근 유치원이 사실상 붕괴되자 국토교통부가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email protected]
이 관계자는 "큰 토목시설에 대한 공사를 할 때는 이 공사가 주변에 어떤 피해를 줄지, 그리고 설치하는 흙막이 가시설이 어느정도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해야 한다"며 "바로 옆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어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세대주택 자체가 큰 시설물이 아니라 그 검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암반 위에 구조물을 지어야 가장 안전하지만 서울 시내에 그렇게 하기 쉽지 않기에 토사 위에 짓되 무너지지 않도록 지반강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단위면적당 비용이 상당하다"며 "이번 유치원도 대부분 토사 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설계·시공 도면에서 해당 작업이 이뤄졌는지 봐야 할 듯하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통제된 인근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한국시설안전연구원 관계자는 "10도 정도 기울어졌다는데 이는 복구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이미 훌쩍 넘은 수치"라며 "무너진 지반을 다시 토사로 메우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그 위에 있는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이춘석 기술사도 "10도라는 기울기는 상당히 많이 기울어진 것"이라며 "기울어진 부분을 수평으로 맞춰 올리는 공법이 있긴 하지만 이번 건은 유치원 철거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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