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잡는 유리벽' 한해 800만마리 폐사…하루 2만마리 충돌사
환경부, 조류 투명창 충돌 방지 저감 대책 발표
투명방음벽 설치 최소화…일정간격 무늬 의무화
독수리 스티커도 일정 간격으로 붙이도록 정해
【세종=뉴시스】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폐사한 새. 2019.03.13. (사진= 환경부 제공)
눈이 머리 옆에 달려 있어 전방 구조물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탓에 '독수리 스티커'(버드세이버)를 붙여도 소용없는 셈이다.
정부는 투명방음벽 설치를 최소화하되, 설치가 필요한 경우 불투명한 소재를 활용하거나 일정 간격의 무늬를 넣도록 했다.
환경부는 13일 '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대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12월부터 9개월 간 전국 56개 건물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 인근에서 발견된 조류 폐사체는 378마리였다.
멧비둘기가 85마리로 가장 많았고 직박구리 43마리, 참새 40마리, 박새 19마리 등의 순이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로는 참매와 긴꼬리딱새가 각 1마리씩 발견됐다.
폐사 조류의 88%는 텃새였고, 나머지는 철새 또는 나그네새로 확인됐다. 평균 무게는 25g으로 대부분 작은 새였다.
발견된 폐사체 수를 토대로 건축물·투명 방음벽 통계와 발견율·잔존율 등을 고려한 결과 정부가 추정한 전체 피해량은 연간 800만 마리로 나타났다. 하루 약 2만 마리의 새가 투명창에 부딪혀 죽는 셈이다.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피해 추정량은 연간 765만 마리, 투명 방음벽에서는 23만 마리로 각각 추정됐다. 이는 1년 동안 건물 1동당 1.07마리, 투명 방음벽 1㎞당 164마리가 충돌하는 수준이다.
새의 시각적 특성과 유리의 투명성·반사성이 조류 충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새의 눈이 머리 옆에 달려 있어 정면에 있는 장애물의 거리를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 때문에 새가 투명창을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해 충돌하는 것"이라며 "폐사 조류 중에는 멸종위기종도 포함돼 있어 동물복지뿐 아니라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조류 충돌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5×10 규칙'. 대부분의 조류는 수직 간격 5㎝, 수평 간격 10㎝ 미만의 공간을 통과하려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2019.03.13. (사진= 환경부 제공)
투명 방음벽을 설치할 경우 조류가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5×10 규칙'의 무늬를 넣도록 했다. 10㎝ 이하 간격의 수직 무늬, 5㎝ 이하 간격의 수평 무늬, 빈 공간 50㎠ 이내의 무늬를 뜻한다.
정부는 다음달 중 전국 지자체와 건설업계에 이 같은 내용의 '조류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환경영향 평가 시 반영할 계획이다.
이미 설치돼 있는 건물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의 경우 5×10 규칙에 따라 제작된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기로 했다. 올해 지역의 상징성이 큰 건물 2곳과 투명 방음벽 2곳을 대상으로 시범 진행한 후 효과를 검증하게 된다.
또 국민이 참여하는 조류 충돌 모니터링과 조류 충돌 저감 우수사례 공모전 개최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에 나선다.
이 과장은 "새가 맹금류 모양의 스티커와 실제 맹금류를 구분할 수 있고 스티커를 사용하더라도 충분한 수량을 붙여야 해 미관상에도 좋지 않다"며 "대부분의 조류는 수직 간격 5㎝, 수평 간격 10㎝ 미만의 공간을 통과하려 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 만큼 일정 간격의 줄을 긋거나 점을 찍는 것이 조류 충돌을 막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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