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연준의장에게 "당신과 억지로 일해"
전화통화에서 연준의장에게 말해
일주일새 세번이나 연준 의장 비난
파월 추천한 므누신 장관도 비판해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美 연준 의장이 지난 1월30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많은 미국 저소득층 가정들의 힘겨운 싸움이 미국 경제의 호조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3.12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회복과 증시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준의장에게 직접 "당신과 억지로 붙어있게 됐다"고 막말을 했다는 주변의 증언까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및 지지자들, 백악관 직원들 앞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미국 경제 성장률과 증시가 더 오르고 연방재정부채가 덜 늘어났을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 주동안에만 세번이나 파월 의장을 비난하는 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들었다는 한 소식통은 "그는 꽤 거칠었다(He was pretty rough)"면서, "(스티븐)므누신(재무장관)이 내게 그 사람을 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을 추천했던 므누신 장관까지 싸잡아 비난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파월의장과 나눴던 전화통화 일화도 공개했다. 파월의장에게 "당신과 어쩔 수없이 붙어 있게 된 듯하다(I guess I’m stuck with you)"고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연준 대변인은 WSJ에 두 사람이 3월 8일 짧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 스태프들과의 정책브리핑 중 또다시 파월 의장을 비난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자신의 대선캠프 경제고문 출신인 경제평론가 스티븐 무어를 연준 이사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연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다시한번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무어 후보는 그동안 파월 연준 의장을 겨냥해 신랄히 비판해왔다. 작년 12월에는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다"며 해임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촉구하기도 했다.
WSJ은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의장을 해임하기 위해 미 역사상 유례없는 법정 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백악관 보좌관들은 파월 경질 우려를 일축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행동을 예측하는게 불가능한 만큼 완전히 배제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월의장은 지난 3월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대통령이 정책적 이견 때문에 나를 제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며 백악관이 자진사퇴를 요구하더라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