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딛고 박사학위 취득한 서미화 전 목포시의원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시각장애를 딛고 조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 목포 유달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소장이자 전 목포시의원인 서미화씨(54·여)씨. (사진=조선대 제공) 2020.02.11 [email protected]
주인공은 전남 목포 유달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소장이자 전 목포시의원인 서미화씨(54·여)씨.
서씨는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자립 의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오는 25일 조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전남지역 예비활동 보조인 성교육이 장애인 성인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노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꼬박 5년 만이다. 그의 석사 논문는 미국 공공 정책행정저널에서 '희소성 있는 연구'로 인정돼 연구 참여요청을 받기도 했다.
서씨는 예민한 시기인 중학교 2학년 때 예고없이 찾아든 망막색소변색증으로 시력을 잃게 됐다. 교과서를 볼 수도, 노트필기를 할 수도 없어싸.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되면서 한창 꿈을 키울 10대 시절부터 그는 숱한 고난을 이겨내야만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었고, 비장애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정규과정을 마쳤죠. 대학입학 시험을 치르던 날에는 장애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답안지 때문에 입시에서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지요."
그같은 슬픔과 상처는 깊은 패배감을 안겼고, 이후 그는 무슨 일이든 "안 보여서 잘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절망적인 생각부터 하게 됐다.
학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죄다 잃어가던 그를 다시 일으킨 세운건 다름 아닌 교통사고.
서씨는 "30대에 교통사고로 팔다리가 심하게 부러져 6개월간 대·소변도 가리지못한 정도로 병원에 꼼짝없이 누워있게 됐는데 '그동안 잘 안보이는 것 말고는 다른 신체 기능은 모두 건강했었구나'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됐다"며 "시각장애에 갇혀 미리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평만 하며 살아온 날들을 깊이 반성하고 36세의 나이에 목포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이던 사고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이후 그는 전남지역에서 자신과 같은 장애여성들과 함께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전남 최초로 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를 열었고, 전남여성장애인연대 공동대표와 전남여성장애인연대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여성과 장애로 인한 이중차별 뿐 아니라 성폭력으로 학대받는 여성장애인 인권을 대변하고 구제하는 활동을 최일선에서 앞장서 왔다.
이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그는 2010년 장애인 직능대표로 제9대 목포시의원에 당선됐다.
시의원이 된 후로 그는 대학원 진학에 수차례 어려움을 겪은 끝에, 2012년 조선대대학원 사회복지학과(행정복지학부) 박사 과정에 입학하게 됐다. 대학측의 결단이 있어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대는 그가 원활한 이동과 수강이 가능하도록 장애학생지원자를 배치했다.
서씨는 "대학의 도움을 받아 박사과정을 밟으며 전문성을 길렀고 덕분에 의정활동 중 장애인 인권보장조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조례 등 10여가지 장애인 관련 조례 개정과 다양한 정책 제안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우수의원으로 선정돼 각종 표창도 수상했고, 2012년에는 미국 국무부 초청을 받아 국제지도자과정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그는 "일반자료를 시각장애인이 습득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해 조사·분석해야 했기에 논문설계와 연구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비장애인보다 3~4배 더 걸렸다"며 "교수님들의 인내심과 조언, 헌신적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용섭 지도교수는 "시각장애 당사자인 전문인력으로 장애인 차별문제를 야기하는 제도나 정책을 적극 개선하고, 평등한 사회를 구현해 가는데 큰 역할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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