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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은 면했지만...삼성, 당분간 '추가 투자·변화'보다 '내실' 다질듯

등록 2020.06.09 0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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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리스크에 사법리스크까지 동시다발...삼성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혁신적 변화·대규모 추가 투자 대신 위기극복·조직 안정화에 초점 예상

기존 투자 계획 유지하겠지만 업계 판 흔들 대형 M&A 결정 어려울 듯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게 걸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2020.06.0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삼성전자 서초 사옥 깃발. 뉴시스DB 2020.06.04.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기각되 삼성은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다. 구속 위기에 처했던 이 부회장이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게 되면서 당분간 경영 재가동에 나설 수 있게됐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로 경영 전반이 멈춰 있었던 만큼, 이번 결정을 계기로 당분간은 어느정도 그룹이 활력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악'은 피했지만 여전히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그룹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들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미·중 간 '반도체 신냉전' 등 지속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투자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갈수록 고조되는 사법리스크로 삼성의 성장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구속은 피했지만 기소 가능성은 상당하기에 앞으로도 법정 투쟁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하반기 삼성전자 및 관계사들은 기존 큰 틀에서의 투자 외에 혁신적인 변화나 추가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대내외 위기 극복과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는 경영 기류가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조되는 반도체 발(發) 미중 무역 충돌 속에 총수 리더십 위기가 더욱 가중된 겹악재 상황에서 조직이 흔들릴 경우 자칫 미래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미중 무역분쟁에 있어 한국 반도체 업계는 양측 모두에 이해관계가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상황이 최악으로 흐를 경우 어느 한쪽 편에 서야 하는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특히 지난해 반도체 관련 산업을 강타했던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다시 심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삼성의 투자 행보까지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캠퍼스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 이달 초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감염병 확산에 대부분 기업들의 투자가 주춤해진 가운데, 선제적 결단을 통한 미래 기회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런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라며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과거 족쇄를 풀어 미래로 나아가게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삼성은 중장기 목표인 대규모 투자, 채용 계획 등을 담은 '반도체 2030 비전'을 위해 매진해 나가겠지만 업계의 판을 뒤흔들 초대형 인수합병(M&A)은 여전히 계획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 스타트업 기술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는 계속 이어졌지만, 2016년 이후 대형 M&A는 전무하다.
 
삼성전자는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했지만, 2016년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한 이후 눈에 띄는 사례는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최종결정권 행사가 어려웠던 탓이었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중반 M&A가 가장 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이 최고결정권자가 된 2014년부터 구속 직전까지 2년간 30여건에 달하는 M&A를 단행했다. 매각을 제외한 주요 인수 건수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2건에 이른다.

스마트싱스, 루프페이, 예스코일렉트로닉스, 조이언트, 애드기어, 비브랩스 등 기존사업과 시너지, 신성장동력 차원의 지분투자가 잇따랐다. 사업 분야도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 개발, 모바일 결제 솔루션, 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클라우드 서비스, 프리미엄 가전,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으로 다양했다.

메가 딜(mega deal)도 나왔다. 2016년 11월 음향·전장기업 하만을 품은 것이 대표적이다. 인수 총액은 80억달러(약 9조원),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에 앞서 같은 해 8월에는 미국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해 럭셔리 가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최고경영자들이 결정적으로 기업에 중간 역할을 할 때가 대개 어려운 경제환경일 때"라며 "과글로벌 M&A나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등 과감한 의사결정 등은 사주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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