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승강기 갇혀 공황장애→극단선택…법원 "업무 재해"
업무 스트레스 중 야근하다 사고
퇴사후 자택서 극단선택해 사망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사망한 A씨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10월 오후 9시께 온라인 게임 회사에서 배경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게임 출시에 앞서 야근을 하다가 퇴근하던 중 회사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겪었다.
당시 A씨가 갇힌지 39분 정도가 흐른 시점에 119구조대가 도착했고, A씨를 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며칠 뒤 A씨는 신경정신과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광장공포증' 등으로 인해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이후 A씨가 속한 회사는 2017년 3월 오랫동안 개발한 게임을 출시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아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 A씨는 같은달 퇴사했다. A씨는 2017년 4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망했다.
A씨 부모는 2018년 3월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부지급 결정을 했다.
A씨 부친은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해 심사 청구를 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A씨 부모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사망은 업무상 재해가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심사 청구를 하지 않은 모친의 소송은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당시 A씨가 소속돼 있던 회사에서 퇴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아가 A씨의 진료기록에 의할 때 이 사건 게임이 실패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게임 성공 여부에 대해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는 점을 쉽게 추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록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더라도 업무상 재해인 이 사건 사고나 업무상 스트레스가 경합해 급격히 공황장애가 악화됐다"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행위 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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