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세대교체 본격화…벤처 DNA 되살린다
81년생 최수연 CEO·78년생 김남선 CFO로 내정
새 사령탑, 트랜지션 TF로 조직 인사 쇄신 작업 착수
'포털 1세대' 한성숙 등 CXO 4명중 최소 3명 본진에서 퇴진
▲네이버 한성숙(왼쪽) 현 대표와 최수현 차기 대표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한 후 조직이 갈수록 경직·관료화된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이번 세대교체로 벤처 DNA를 복구하고 글로벌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20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7일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최고경영자(CEO)에, 김남선(43) 사업개발·투자·인수합병(M&A) 책임리더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내정했다.
40대·서울대 공대·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내정자는 '네이버 트랜지션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식 취임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CXO 4명 중 3명 이미 교체
한성숙 CEO와 박상진 CFO는 일단 바뀌는 것이 확정됐다. 한 CEO는 해외 사업쪽으로, 박상진 CFO는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맡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최인혁 전 COO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일찍이 사퇴했다.
2007년 NHN 시절 네이버에 합류한 포털 1세대인 한 CEO를 비롯해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같은 삼성SDS 출신이자 네이버 창업 초기 멤버인 박 CFO, 최 COO 등 총 3명이 모두 본진을 떠나게 된 것이다.
채선주 CCO 잔류 전망…CTO 신규 선임 기대
또한 네이버는 고질적으로 국회·정부·여론의 반발과 뭇매의 강도가 높다. 여기에 글로벌 테크래시(IT 기업에 반발하거나 제재를 강화하는 현상) 기조 속에서 내년 대선을 앞둬 더욱 엄중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시점에서 CCO 자리는 파격보다는 안정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두 내정자가 네이버에 합류한 지 2년이 되지 않아 사실상 외부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임에 따라 최소한의 조직 안정 및 영속성을 위한 안전장치 차원에서도 채 CCO는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인선에서 3년째 공석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선임될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네이버는 2013년 이후 CTO를 맡아온 송창현 전 네이버랩스 대표가 2018년 말 퇴직한 뒤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내정자 모두 법률 전문가로 IT 전문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CTO 필요성이 높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아울러 기존 C레벨의 역할 분배, 구조, 등을 전반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네이버 최수연(오른쪽)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
1970년대생 CIC 8곳 대표 거취 주목
현재 ▲김승언 아폴로CIC 대표(인플루언서 검색·센터) ▲김광현 서치CIC 대표(네이버 검색) ▲이윤숙 포레스트CIC 대표(네이버 쇼핑·스마트스토어) ▲정석근 클로바CIC 대표(클로바·음성인식) ▲이건수 글레이스CIC 대표(네이버 지도·플레이스) ▲김주관 그룹엔CIC 대표(네이버 카페·밴드) ▲박수만 튠CIC 대표(바이브·네이버 나우) ▲공석 비즈CIC 대표(디스플레이 광고) 등 8개 CIC 조직에, 7명의 CIC 대표가 있다.
CIC 대표들은 모두 1970년대생으로 대부분 회사 초창기부터 각 사업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CIC 대표급에서도 거취와 구조에 변화가 생기며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C레벨이 사실상 물갈이 되는 상황에서 CIC 대표들까지 크게 바꾸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직 혁신과 함께 사업의 영속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CIC 대표 체제의 효율성과 성과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지 않다.
관료·경직화된 조직문화 쇄신 이뤄낼까
이번 인선은 어느 때보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기에 경험과 경력이 많지 않지만 젊은 리더를 택하는 '위험'을 감수했다고 볼 수 있다. 새 리더들이 견인하는 변화가 네이버를 이 자리에 있게 한 혁신과 벤처 DNA를 복구시키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재정립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어떤 리더든 완벽할 수 없다"며 "향후 두 내정자의 젊은 감각과 글로벌 감각을 뒷받침하고 IT 전문성과 경험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사와 리더십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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