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구성부터 난관 봉착…제동 걸린 비대면 진료 제도화
복지부, 22일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
약 자판기 도입 강력 반발 약사회는 불참
의료계 실질적 비대면 진료 도입에 '신중'
충분한 검토없이 도입시 부작용 발생 우려
간호법 의정 비대면진료 협의 영향 전망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중 ‘집중관리군’ 위주로 유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는 새 재택치료 체계에 돌입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17. [email protected]
국민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상담이나 처방 같은 비대면 진료를 경험하면서 비대면 진료는 더 이상 막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해 원격 의료와 약 자판기(화상 투약기) 등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대한약사회가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 보건의료 현안을 논의하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약 자판기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는 대한약사회는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황만기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복지부가 최근 화상 투약기 시범 사업을 승인하자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관련 논의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비대면 진료 협의체 구성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화상 투약기는 약사와 원격으로 상담한 후 약국 앞에 설치된 자판기를 통해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기다. 약사회는 약 자판기가 도입되면 잘못된 투약 사례가 늘고 약국에서만 약 판매를 허용한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 자판기 실증특례(일정 기간 규제 면제 및 유예) 허용을 결사 반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약 자판기 조건부 실증특례 부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비대면 진료 대응 약·정 협의 전면 중단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약사 말살 정책에 대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협의체 회의에 참여하며 정부와 발을 맞추는 모습이지만, 아직 실질적인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도입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비대면 진료 도입 방향과 수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비대면 진료가 현장에 덜컥 도입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동네 병·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의 위기감이 더 크다.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수 있다"면서 "비대면 진료 지침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의계는 비대면 진료에 찬성하지만,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침이나 추나요법 등은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하지만, 한약처방은 전화 상담을 통해서도 가능해 그런 부분에 한정해 비대면 진료를 찬성한다"면서 "물론 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수렴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이 비대면 진료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는 국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간호법'을 두고 힘겨루기를 지속하고 있다. 간호법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간호법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의료단체가 정부와 각을 세울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