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민주당 텃밭' 워싱턴DC도 투표 시작…"트럼프 이후 공화당 종말"
30년 넘게 '민주당 대통령' 찍은 텃밭…유권자들 "여성·소수자 보호"
"1월6일 의회 난입 사태 공포스러워…그런 일 반복 원하지 않아"
공화당→무당층 당적 변경 유권자도…"국가 단합 원한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투표소 앞에 설치돼 있는 중간선거 사전투표 안내. [email protected] 2022.11.08.
선거일인 8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약 5㎞ 북쪽 국립동물원 인근 공립도서관에 설치된 투표소 인근은 한산했다. 갑작스레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간간이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직접 투표를 위해 투표소에 입장하는 유권자들도 있었지만, 야외 설치 투표함에 미리 준비한 봉투를 넣고 급히 자리를 뜨는 이들도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취재진이 다가가면 손을 내저어 거부 의사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한 공립도서관 외부에 설치된 투표함. [email protected] 2022.11.08.
평생을 민주당 지지자로 살아왔다는 제임스(23·남) 씨는 뉴시스 기자와 만나 이번 선거를 "국가에 '모두에게 자리가 있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우리 여성과 소수자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이후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보호해 온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었다. 이에 임신중절 권리는 미국 중간선거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민주당 지지자인 제임스(23·남) 씨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2.11.08.
제임스 씨는 그러나 "한 의제가 다른 의제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라며 "공화당은 경제에 관해 편리하게 민주당을 비난한다. 지금은 세계 모든 곳에서 경제가 하락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아울러 "적어도 내 당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맞선다"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진행된 선거 불복 움직임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특히 지난해 1월6일 극단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거론, "자식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공포스러웠다"라며 "그게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는 진실을 지지해야 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한 투표소에서 제리 와이트(56·남) 씨가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2.11.08.
이번 선거는 바이든 행정부 중간 성적평가 격이지만, 많은 유권자들의 시선은 선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쏠려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나고 머지않은 시점에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역시 투표소에서 만난 제리 와이트(56·남) 씨는 "나는 트럼프가 출마하기 전까지는 공화당이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트럼프가 출마한 이후 나는 공화당의 종말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와이트 씨는 현재 공화당을 "선하고 도덕적인 정책과는 동떨어져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면 "민주주의는 100년 안에 죽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2024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100년이 아니라 50년 안에 민주주의가 사라지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민주당 지지자인 시미 롬 라이너(43·여) 씨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투표소에서 투표 후 인터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2.11.08.
다만 민주당 지지자인 시미 롬 라이너(43·여) 씨는 "어떤 선거도 외부와 단절되지는 않는다. 2024년에 일어날 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현재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6세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는데, 아들에게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는 "모든 선거에서 투표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민주주의, 그리고 투표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 유지"를 강조했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 투표소에서 미국 시민들이 중간선거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 유권자는 현재 미국의 분열을 말하며 '내전'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날 투표장에 나온 이유로는 "뽑고 싶은 사람을 뽑을 자유"를 언급했다. 이번 선거 최대 의제 중 하나인 경제를 두고는 "장기적으로 경제는 부침이 있다"라고 말했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크리스틴(41·여) 씨 역시 미국이 분열됐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물론 그렇다"라고 했다, 또 "서로를 잘 대하고 지지했으면 한다"라며 선거 이후 "국가와 도시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한 공립 도서관에 설치된 투표소 모습. [email protected] 2022.11.08.
한편 워싱턴DC 선거위원회는 지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표용지를 각 유권자의 집으로 보내고 이후 투표함에 넣도록 하는 시스템을 올해 중간선거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장 투표 역시 종이 투표는 물론 기기 투표로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실제 이날 본 유권자 중 많은 이가 투표소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외부에 설치된 투편함에 자신의 표를 담은 봉투를 넣고 자리를 떴으며, 내부에서는 기기 투표에 응하는 이들도 많았다. 투표소 한편에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진단 키트가 마련돼 있었다.
미국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총 100석의 상원 의석 중 35석, 하원은 435석 전부를 투표에 부친다. 아울러 미국 50개 주 중 36곳에서 새로운 주지사도 뽑는다.
워싱턴DC의 경우 민주당 소속인 뮤리얼 바우저 현 시장이 이번 선거를 통해 삼선에 도전 중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6일까지 조기투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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