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성과 없이 끝난 안보리 北회의…美 의장성명 제안(종합2보)
미중러 도돌이표 설전 계속…"北실험 허용" vs "美근시안 결과"
황준국 한국 유엔대사 "北, 안보리 분열 이용…도발에 변명 안 돼"
韓美日 등, 안보리 회의 직후 별개 공동성명…"北ICBM 규탄"
[워싱턴=뉴시스]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21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엔 웹TV 캡처) 2022.11.21. *재판매 및 DB 금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1일(현지시간) "이번 회의는 (북한과 관련해) 우리가 열 번째로 중대한 조치 없이 모인 것"이라며 "비토권을 보유한 두 국가가 북한을 대담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간 안보리 회의에서 줄곧 북한을 두둔해 온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북한의 잦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미국과 서방에 돌리며 추가 조치를 저지해 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그들(중국과 러시아)은 (북한) 정권이 일본 민간인의 삶을 위험하게 하고 역내에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하는 가장 최근의 무모한 미사일 실험을 하도록 허용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은 앞서 지난 18일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미사일을 발사했다. 비행거리 1000㎞, 최고고도 약 6000㎞로 사거리가 1만5000㎞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됐는데, 미국 본토 사정권이 가능하다고 평가된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 당시 북한 미사일이 1시간 넘게 비행해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 서쪽 약 200㎞ 거리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들 두 이사국(중국과 러시아)의 노골적인 진행 방해는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라며 "이런 행동을 용납한다면 책임 있는 핵무기 관리국으로 볼 수 없다"라고 했다.
아울러 지난주 열린 안보리 개혁 관련 유엔 회의를 거론, "비토권 남용을 논할 때마다 그들은 정확히 이런 유의 사례를 언급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날 북한 행동과 관련해 안보리 의장 성명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반면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북한 문제에 있어) 옳은 길로 돌아가거나 대화를 재개하려면 모든 당사국이 이 문제의 오랜 교착이라는 중요한 점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뉴시스]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2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엔웹TV 캡처) 2022.11.21. *재판매 및 DB 금지
장 대사는 특히 "북한의 합법적인 우려에 긍정적으로 대응하고,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안을 해야 한다"라며 "안보리는 이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하고, 늘 북한을 규탄하고 압박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안나 이브스티그니바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리는 또다시 악순환에 얽매이고 있다"라며 "미국과 역내 동맹이 대규모 훈련을 하고, 북한이 그에 맞춰 대응하고,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이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 도발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브스티그니바 대사는 "이런 논리의 문제는 새로운 회의가 열릴 때마다 당사국이 점점 더 도발적인 입장과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브스티그니바 대사는 아울러 "지금 일어나는 일의 이유는 명확하다. 제재 시행과 무력 강요를 통해 북한에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를 강요하고자 하는 미국의 열망"이라고 비난했다.
이브스티그니바 대사는 특히 "확장억제의 새로운 개념 일환으로 미국과 한국, 일본은 역내에서 군사훈련 활동을 극적으로 늘렸다"라며 이번 북한의 도발 전에도 한·미가 해군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억제 수단을 한반도와 역내에 배치하는 문제와 관련해 지도자 급에서 무책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근시안적이고 대립적인 군사활동의 결과"라고 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도발을 두고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도돌이표 논쟁이 이어지며, 이번 회의 역시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했다. 이번 회의에는 황준국 한국 유엔대사와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유엔대사도 참석했다.
[워싱턴=뉴시스]안나 이브스티그니바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21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엔 웹TV 캡처) 2022.11.21. *재판매 및 DB 금지
황 대사는 "안보리가 북한의 무모한 핵 야망에 강력하고 단합해 대응할 때"라며 "안보리가 북한의 계속되는 불법 행동에 확고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회원국의 고의적 결의안 무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의 최근 불법적 도발에는 변명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오랫동안 정기 실행된 방어적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시카네 대사는 이날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를 두고 "비행궤적에 기반한 계산에 따르면 해당 미사일의 추정 사거리는 1만5000㎞를 넘는다"라며 "이는 아시아 전체, 유럽 전체, 뉴욕을 포함한 북미 전체, 아프리카 전체, 심지어 남미 일부도 사거리에 든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위협은 역내를 넘어선다"라며 "북한이 국제사회 전체를 인질로 잡는 상황을 허용하는 일은 터무니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취지로 이제는 안보리가 북한 문제에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로즈메리 디칼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 사무차장은 "이번 회의는 2022년 들어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가 10번째 모인 것"이라며 "하지만 한반도 상황은 계속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디칼로 사무차장은 이어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각 이사국이 개별적으로, 또 단합해서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추가 발사나 7차 핵실험 실시를 삼가도록 촉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이날 안보리 종료 이후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고 안보리 무대응을 지적하는 별개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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