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춤 세리머니, 결국 브라질의 '라스트댄스' 됐다
한국전 춤판 세리머니 브라질, 1경기 만에 탈락
8강 크로아티아전 박빙, 춤 세리머니 못해
한국전서는 온갖 춤 추면서 한국 사실상 조롱
국제축구연맹, 춤 세리머니 원칙적으로 금지 중
브라질, 인종차별 항의였지만 오히려 한국 조롱 결과
축구 강국 브라질이 축구 변방 한국 희롱한
조롱 당한 한국 선수들, 묵묵히 경기에만 집중
[도하/AP=뉴시스] 9일 카타르 알레이얀의 교육도시 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브라질의 월드컵 8강 축구 경기에서 패한 브라질 선수들이 경기장에 앉아 있다. 2022.12.10. [email protected]
브라질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대회 8강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전까지 120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졌다.
16강에서 한국을 4-1로 대파한 브라질은 일본과 승부차기까지 치른 크로아티아를 체력 면에서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내용은 딴판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패스를 구사하며 브라질에 맞섰다. 브라질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8강전 탈락 징크스에 시달려온 브라질은 크로아티아전 내내 초조했고 결국 패하고 말았다. 브라질은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 후 토너먼트에서 유럽팀에게만 6연패했다. 이 가운데 4패가 8강전이다. 2006년 대회 때 프랑스, 2010년 대회 때 네덜란드, 2018년 대회 때 벨기에,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가 8강에서 브라질을 무너뜨렸다.
징크스가 언제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는 초조감 때문이었을까. 브라질은 크로아티아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춤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연장 전반 추가 시간에 선제골을 넣은 네이마르는 높이 뛰어오르며 기뻐했을 뿐 춤은 추지 않았다.
이 같은 태도는 직전 한국전과 매우 달랐다. 브라질은 체력이 소진된 한국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4골을 터뜨렸고 득점에 성공할 때마다 작정한 듯 신명나는 춤판을 벌였다. 브라질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세르비아전에서도 춤 세리머니를 했지만 이때는 한국전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알라이얀(카타르)=AP/뉴시스] 한국전 첫 골 넣고 춤추는 브라질 선수들. 2022.12.05.
전반 13분 네이마르가 페널티킥으로 2-0을 만들었을 때는 선수들이 원을 그리며 둘러섰고 그 안에서 비니시우스와 네이마르가 비교적 작은 동작으로 율동했다.
전반 29분 3-0을 만든 히샤를리송의 골 때는 전혀 예상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히샤를리송이 브라질 벤치 쪽으로 가서는 치치 감독과 함께 춤을 추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득점 직전 공을 머리 위에서 튕기며 마크맨인 황인범을 조롱했던 히샤를리송은 감독까지 동원해 춤을 추며 한국에 좌절감을 안겼다.
전반 36분 4번째 골이 들어가자 브라질의 춤판은 한층 노골적으로 변했다. 골을 넣은 파케타는 코너플랙 쪽으로 달려가더니 클럽에서나 출 법한 세련된 춤사위를 선보였다. 파케타는 코믹한 표정으로 목으로 원을 그리며 재기 넘치는 동작을 하면서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브라질의 춤판은 규칙 위반이다. 국제축구연맹이 발표한 2022~2023 축구 경기 규칙(laws of the game)에는 '파울과 불법행위' 부문에 득점 축하 행동에 관한 규정이 있다.
[알라이얀(카타르)=AP/뉴시스] 한국전 2번째 골 넣고 춤추는 브라질 선수들. 2022.12.05.
연맹은 그러면서 경고가 주어져야 하는 득점 축하 행동으로 ▲안전이나 보안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태도로 주변의 담장에 올라가거나 관중에게 접근한 경우 ▲도발, 조롱, 선동적인 제스처 또는 행동을 한 경우 ▲복면이나 이와 비슷한 물품으로 자신의 머리나 얼굴을 덮을 경우 ▲상의를 벗거나 상의로 머리를 덮을 경우 등을 제시하고 있다.
브라질의 한국전 춤판은 도발, 조롱, 선동적인 제스처 또는 행동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연맹은 경고성 반칙과 퇴장성 반칙에 관한 규정에서도 춤 세리머니를 규제하고 있다.
연맹은 경고성 반칙 사례로 ▲도발적이거나 선동적인 태도의 제스처, 혹은 행동 ▲경기에 대한 존중이 부족함을 드러낼 경우 등을 언급하고 있다. 퇴장성 반칙에도 '도발적이거나 선동적인 태도의 표출'이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알라이얀(카타르)=AP/뉴시스] 한국전 3번째 골 전 황인범 상대로 개인기 과시하는 브라질 히샤를리송. 2022.12.05.
이후 네이마르와 하피냐는 공개적으로 두 후배를 지지했고 이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아예 함께 춤을 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춤 세리머니에 인종차별에 항의한다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기게 된 것이다.
브라질 치치 감독 역시 춤 세리머니가 무례하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치치 감독은 "선수들만의 언어가 있다. 모두가 춤을 춰야 한다고 해서 함께 준비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파울루 벤투 감독을 존중한다. 상대 선수들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인종차별에 항의한다는 브라질 선수들의 메시지가 한국에게는 조롱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컸다는 점이다.
특히 3번째 골은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 히샤를리송은 골을 넣기 전에 황인범을 앞에 두고 조롱하는 듯 한 헤더 묘기를 부린 데다가 치치 감독까지 춤에 가담했다. 선수들에게 경기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며 세리머니를 자제시켜야 할 감독까지 춤에 참여한 것은 한국을 얕잡아 본다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알라이얀(카타르)=AP/뉴시스] 한국전 4번째 골 넣고 춤추는 브라질 파케타. 2022.12.05.
그런 강자들이 세계 축구계의 변방이자 흑인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하곤 하는 아시아인들을 상대로 골을 넣고 나서 상대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춤을 췄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차별이자 폭력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대놓고 무시를 당하고도 한국 선수들은 신사다움을 유지했다. 명백히 조롱성 플레이를 한 히샤를리송이나 장시간 혼자 춤을 춘 파케타에게 보복성 반칙을 할 수 있었음에도 한국선수들은 묵묵히 벤투 감독에게서 배운 빌드업에 집중했다.
어쨌든 한국전은 브라질에게는 카타르월드컵의 마지막 춤판이 됐다. 춤 세리머니를 허용했던 치치 감독 역시 크로아티아전 패배에 책임을 지고 그만두는 등 브라질은 탈락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한국이 카타르월드컵 브라질전에서 겪은 굴욕을 갚아주려면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해 골을 허용하지 않고 이겨야 상대에게 춤 세리머니를 할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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