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동굴에 영면
요한 바오로 2세 묻혔던 성인 시성 후 옮겨진 뒤 남은 곳
프란치스코 교황 "우리 형제를 아버지의 손에 맡깁니다"
[바티칸시티=AP/뉴시스]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 고 베네딕토 16세 명예교황의 장례식을 마친 후 그의 시신이 담긴 관에 손을 얹은 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5일 장례식을 마친 고 베네딕토 16세 명예교황의 유해는 성 베드로 대성당 본관 지하의 동굴에 있는 무덤에 매장됐다고 바티칸 공보실이 밝혔다. 2023.1.5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은 교황청이 요한 바오로 2세의 성인성을 반영하기 위해 그(요한 바오로 2세)의 유해를 1층으로 옮긴 뒤 남은 공간에 안치됐다.
이 같은 발표는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베네딕토 16세의 장례식이 끝난 지 약 90분 뒤 이뤄졌다. 이날 장례 미사는 약 5만명의 조문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재했다.
생존한 현 교황이 선종한 명예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재하는 보기 드문 이날 장례식에 국가 원수들과 왕족, 전 세계의 성직자들과 일반 신도 등이 몰려 베네딕토 16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장례식에 모인 신도들은 베네딕토 16세를 추모하며 "산토 수비토"(지금 즉각 성인으로 추대하라)를 소리 높여 외쳤다. 지난 2005년 성 요힌 바오로 2세의 장례식 때 분출했던 외침이 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본명이 요셉 라칭거인 고 베네닥토 16세 명예 교황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 1명으로 여겨지며, 교회 교리를 지키며 일생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약 600년 만에 처음으로 살아 있을 때 교황직에서 스스로 사퇴해 향후 교황권의 미래를 바꾼 일 하나로 역사에 남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에 대해 "향후의 다른 교황들에게도 역시 사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칭송했다. 그 역시 최근 자신의 사임 조건을 설명하는 서면 지침을 남겼다고 밝혔다.
[바티칸시티=AP/뉴시스]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 고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에서 명예 교황의 시신이 안치된 관 앞에 붉은 예복을 입고 앉아 있다. 2023.1.5
공식 대표단은 바티칸의 초청을 받은 이탈리아와 독일 두 나라만 보냈지만 최소 4명의 총리와 2명의 국왕 등 다른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이날 장례식을 찾았다. 전 세계에서 125명의 추기경의 운집했고, 러시아 정교회도 사절단을 보냈고, 특히 특히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금돼 여권이 취소됐던 조셉 젠(천르쥔) 홍콩 추기경도 중국 특별법원의 허가를 받아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베네딕토 16세의 구체적인 유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베네닥토 16세의 이름을 한 번 언급하면서 하나님의 뜻에 자신을 맡기려는 예수님의 의지에 대한 묵상을 전하면서 "주님의 마지막 말씀과 그의 전 생애의 증인을 굳게 붙잡고, 교회 공동체로서 우리도 그의 발걸음을 따르고 우리 형제를 아버지의 손에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은 선종한 교황을 위한 절차에 맞춰 진행됐지만, 베네딕토 16세는 현직 교황이 아닌 명예교황으로 사망했다.
한편 현직 교황이 전임자의 장례 미사를 집전한 것은 지난 1802년 비오 7세 교황이 나폴레옹의 포로로 1799년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했던 전임 비오 6세의 장례식을 주재한 이후 2번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