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6% 고금리에…씁쓸한 소액생계비대출 '오픈런'
내일부터 다시 한달치 상담예약 개시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이날 출시했다. 2023.03.27. [email protected]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5층에 위치한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중앙합동지원센터'. 이날 센터에는 '급전'을 빌리러 온 이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연 15.9%라는 고금리에도 당장 필요한 생계비 또는 밀린 월세를 내기 위해 서둘러 센터를 찾은 것이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소액생계비대출 사전상담 예약을 한 1264명 중 실제 전국 서금원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은 이들은 1164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26명이 평균 65만1000원을 대출받았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 등 '불법 사금융' 피해가 나날이 늘자, 가뜩이나 힘든 취약계층이 소액으로 불법 사금융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생계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지원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다. 연체자와 소득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가능하다. 단 조세체납자, 대출·보험사기·위변조 등 금융질서문란자는 제외된다. 실제 전날 지원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대출을 받지 못한 경우는 68건에 달했다.
대출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다. 단 처음엔 50만원까지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납부할 경우 추가 5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병원비 등 자금용처가 증빙될 경우엔 처음부터 1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금리는 연 15.9%이나 이자를 성실히 납부할 경우 최대 6%포인트, 금융교육 이수시 0.5%포인트의 혜택을 받아 최저 9.4%까지 내려간다.
50만원 받으러 이렇게까지…"슬픈 현실"
앞서 금융당국은 초기 혼잡 방지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주단위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신청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리며 서금원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등 큰 혼잡이 벌어졌다. 이에 금융위는 부랴부랴 신청 방식을 매주 수~금요일 동안 향후 4주간 사전 예약을 접수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더 빨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비교적 신청자가 덜 몰리는 대전 센터 등에 상담예약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0만원을 빌리면 한 달에 이자가 6400원 정도니 일단은 받고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이거라도 받지 않으면 더 높은 금리의 카드론을 받거나, 연체자들 같은 경우엔 금리가 연 수백%에 이르는 불법사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 당장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총 6712건의 불법사금융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자의 연환산 평균 금리는 연 414%에 달하며, 평균 대출금액은 382만원에 이른다.
이혜림 서금원 대리는 "직장인·일용직·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군을 가진 이들이 방문했다"며 "한 상담자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있었다면 불법사금융을 피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위는 당장 소액을 빌려주는 것 뿐 아니라 신청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조정, 복지 및 취업 등 다양한 자활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한 종합상담도 제공한다. 단순한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서민들이 보다 나은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활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의 목적은 정말 힘든 처지의 이들에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대출을 해주는 것도 목적이지만 이들이 내구제대출이나 불법 사금융까지 가지 않도록 한 번 걸러주고, 그런 이들이 얼마라도 안 생긴다면 제도는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일부터 사흘간 다시 한달치 사전예약 개시
다음 상담신청 사전예약은 오는 29일부터 시작된다. 금융위는 재원이 소진될 때까지 매주 수~금요일 향후 4주간 사전 예약을 접수한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부터 오는 27일~4월21일 상담신청 사전예약을 받은데 이어, 오는 29~31일엔 4월24~28일 신규 상담신청 예약을 받는다. 또 4월5~7일엔 4월10일~5월4일 신규상담 신청 예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당국은 올해 중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으로 총 1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재원 소진 시까지 공급될 예정이나, 필요시 추가 공급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기 때문에 수요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전날 양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하고 "현재 서금원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대출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보다 원활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어려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가는 한편, 필요시 추가 재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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