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케어러? '가족 돌봄 청년'…'뱅크런'은?[우리말로 하자㉗]
언어는 소통의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는 익숙함과 편의성에 가려져 외국어가 깊이 침투해 있습니다. 이에 뉴시스는 공공언어는 물론 일상생활 속 언어를 점검하고 우리말로 쉽게 풀이해왔습니다. 뉴시스가 문화체육관광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쉬운 우리말 확산을 위해 진행해온 '우리말로 하자' 연재를 마칩니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 2022년 가장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은 다듬은말.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2.1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민들이 지난해 외국어를 우리말로 적절하게 다듬은 말로 꼽은 상위 10개에 포함된 단어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 일환으로 46개의 외국어를 다듬었다.
그중 응답자의 93.1%가 다듬은 말로 가장 적절하다고 뽑은 건 '열린 쉼터'였다. 도시 계획에서 사람들에게 놀이 활동이나 편안함을 주기 위해 마련한 공간을 뜻하는 '오픈 스페이스'를 바꾼 말이다.
쉬운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면 좋을 외국 용어 상위 10개에는 생소한 단어들이 줄지어 뽑혔다.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영 케어러'는 장애나 질병 등을 겪는 가족을 돌보는 청년을 뜻하며 '가족 돌봄 청년'으로 순화했다. '업무 처리 자동화'로 다듬은 '아르피에이(RPA)', '소비자 맞춤 상거래'로 다듬은 '큐레이션 커머스', '공유 업무 공간'으로 다듬은 '코워킹 스페이스', '디지털 지식인'으로 다듬은 '디제라티' 등도 포함됐다.
이처럼 어렵고 낯선 외국 용어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우리말 순화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다양한 외국어가 쓰이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단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이뤄지며 기사 제목을 일제히 장식한 '뉴 스페이스'는 '민간 우주 개발'의 우리말로 쓸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많이 쓰는 말인 '카운트다운'은 로켓이 발사되기까지 남은 시간을 거꾸로 세어가는 의미로, '초읽기'로 다듬어졌다.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메가시티'는 '초광역도시'나 '초광역권', '특화도시' 등의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 IT업계에서 흔히 쓰는 '빅테크', '핀테크'를 비롯해 '딥테크'도 그 뜻을 한눈에 알기가 쉽지 않다. '빅테크'는 '정보 기술 대기업', '핀테크'는 '금융 기술', '딥테크'는 원천 기술'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서울=뉴시스] 2022년 쉬운 말로 바꾸어 사용하면 좋은 외국용어.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2.1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랜드마크', '팝업스토어', '오픈런', '치팅데이', '언박싱', '루미나리에' 등 일상에서도 외래어가 흔히 쓰이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랜드마크'를 '상징물', '상징 건물', '대표 건물' 등의 우리말로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청와대를 국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말 역시 '한국 대표 관광지', '관광 대표 명소' 등으로 풀어쓸 수 있다.
또 '팝업스토어'는 '반짝 매장', '오픈런'은 '개장 질주', '치팅데이'는 '먹요일', '언박스'는 '개봉기', '루미나리에'는 '불빛 축제' 등의 우리말로 순화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외래어, 심지어는 외국어 표현을 그대로 쓰는 경향이 있다. 이런 표현을 모두가 이해하고 쓰거나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라며 "말은 자주 접하고 사용하는 만큼 익숙해진다. 외래어보다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서로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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