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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양반의 초상

등록 2024.08.20 18: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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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700통 편지로 읽는 양반의 초상 (사진=궁리 제공) 2024.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700통 편지로 읽는 양반의 초상 (사진=궁리 제공) 2024.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이 편지는 모두 잘라 끈으로 만들거나 불태워라 내 필적을 남에게 보이지 마라."

조선시대 양반의 삶은 공과 사로 구분되어 있었다. 학문, 벼슬살이, 사회생활은 공에, 가정생활은 사에 속했다.

그들은 감정까지도 공과 사로 구분했다. 사적인 감정이 드러날 경우, 반드시 '사적인'이란 수식어를 앞에 붙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사적으로' 슬펐고, 아들이 과거에 합격하면 '사적으로' 기뻤다.

19세기 조선 후기 유학자 조병덕 편지의 내용은 사적인 영역에서도 가장 내밀한 부분이다.

책 '1,700통 편지로 읽는 양반의 초상'(궁리)은 유학자 조병덕이 가족에게 남긴 편지 모음집이다.

시문집 '숙재집'으로 잘 알려진 조병덕은 본래 권세를 누리던 집안에서 태어났다. 조부 대부터 과거에 급제하지 못해 몰락한 처지였다.

그의 문집에는 집안 갈등이나 빚에 쪼들리는 이야기는 없다. 편집과정 증 사적인 부분은 삭제됐기 때문이다.

그의 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조선시대 개인의 서간문으로는 최대 분량인 1700여 통에 달한다. 주요 수신자는 사고를 치는 둘째 아들 조장희로, 양을 계산했을 때 6일에 한 번꼴로 보냈다.

편지 속에는 고매하고 점잖은 양반 모습 대신, 민초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한 인간이 담겼다. 막막한 생계와 빚 걱정, 속 썩이는 아들에 대한 꾸지람, 만성 신경성 설사로 고생하는 처지, 위계질서가 무너진 사회에 대한 한탄 등 조병덕은 붓끝에 개인사와 시대사를 허심탄회하게 쏟아낸다 .

초판에서 부록으로 작게 실은 편지 전문이 본문에 나눠 실렸다. 이 중 중요한 편지는 추려 원본 사진, 석문(탈초), 번역 순으로 담겨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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