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전자폐기물 재활용 공장 계획 철회…이유는?
조지아주 서배너시 전자폐기물 재활용 제련소 계획 철회
美 서배너경제개발청이 부지 바꾸며 투자여건 달라져
고려아연 "사업비 증가·공기 지연으로 계획 취소한 것"
[서울=뉴시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제공) 2022.12.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고려아연이 미국 조지아주 정부와 약속한 전자 폐기물 재활용(리사이클링) 제련소 건설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내 사업 비용 증가와 공사 기간 연장 등으로 사업 계획 수립 당시와 투자 여건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고려아연은 특히 "이번 사업 계획 철회는 우리보다 미국 측 사업 파트너의 귀책 사유가 더 크다"고 밝혔다.
30일 업계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홀딩스(이하 이그니오)는 지난해 조지아주 서배너시에서 추진하던 전자 폐기물 재활용 제련소 투자 계획을 폐기했다. 2021년 10월 이 계획을 발표한 지 2년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당시 이그니오는 약 8500만 달러(약 1133억원)를 투자해 2023년까지 연산 9만톤 규모의 제련소를 지을 예정이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까지 직접 나서 이그니오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인수한 이후 이 투자 계획은 밑그림이 원안과 달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같은 해 10월 제련소 부지가 기존 씨포인트 산업 터미널 단지에서 채텀 매뉴팩처링 센터로 변경되는가 하면, 완공 시점도 종전 2023년에서 2025년으로 늦춰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2월만해도 국내외 언론에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제련소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미국 측의 부지 변경과 이에 따른 사업비 증가로 서배너경제개발청(SEDA) 측에 이 투자 계획 철회를 통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려아연 측은 이와 관련 "미국 서배너경제개발청이 사업 부지를 변경했기 때문에 비용 증가와 공기 지연으로 사업 전반적인 상황이 크게 달라져 불가피하게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과정에서 서배너경제개발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서배너시가 소재한 미국 조지아주 일대는 현대차와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주요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곳이다.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 거점으로도 꼽힌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의 이번 조지아주 서배너시 투자 계획 철회가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 계획 철회 시점인 지난해 6월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리사이클링 사업 계획을 취소한 것은 그만큼 미국 내 사업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워낙 중요한 사업으로 지목한 만큼 다른 대안 검토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그니오를 인수하기 전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귀책이 아니라 미국 사업 파트너 측의 귀책 사유로 조지아주 사업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 서배너경제개발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유보금이 2조원 넘는 회사로 일부에서 제기하는 자금 부족설은 말이 안 된다"며 "(이번 사업계획 취소는) 경영권 분쟁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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