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중단' 위기에 백기사 나선 보수교육감 임태희[초점]
경기교육청, 2009년 무상급식 전국 첫 시행
지자체 재정난에 학교급식경비 분담율 하향 요구
내년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인건비 전액 부담
[수원=뉴시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6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도교육청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공동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4.06.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상급식은 전임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2009년 초대 민선교육감에 당선되면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이른바 '진보교육'을 상징하는 핵심정책이다.
경기교육청, 무상급식 지자체 분담금 줄여준다
이로써 경기도 학생들은 기초지자체 재정 여건과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무상급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이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악화로 학교급식경비 분담 비율을 조정해달라는 기초지자체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과다.
현재 학교급식경비는 도교육청, 경기도청, 기초지자체가 상호 합의에 따라 각각 분담율을 정한다. 다만 지자체 재정 여건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분담율에 일정한 격차가 있다.
현재 도내 31개 기초지자체 중 수원시를 포함한 22개 기초지자체는 사립유치원 50%, 초교 40.68%, 중학교 42.97%, 고교 28%를 분담하고 있다.
또 의정부시를 포함한 5개 기초지자체는 사립유치원 40%, 초교 31.94%, 중학교 33.56%, 고교 28%를, 가평군을 포함한 4개 시·군은 사립유치원 30%, 초교 23.69%, 중학교 24.09%, 고교 28%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올해 본예산 기준 학교급식경비 분담액은 총 1조6253억원으로, 이 중 도교육청 분담액은 8339억원(51.3%), 경기도청은 2320억원(14.3%), 시·군은 5594억원(34.4%)을 각각 분담한다.
[수원=뉴시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학교급식현장을 찾아 학생들에게 제공된 식사를 식판에 담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4.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도교육청은 내년에 기초지차체 인건비 분담금을 50%로 낮추고, 2026년부터 이를 모두 지원한다.
도교육청은 기초지자체 재정부담 경감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속가능한 학교급식경비 분담을 위해 조정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그만큼 도교육청 재정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가 내야 할 분담금을 도교육청이 떠안게 되면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예산 규모가 1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내년에는 559억원을, 2026년에는 1136억원을 도교육청이 더 부담해야 한다.
'무상급식 분담율 낮춰달라' 재정난 호소 지자체들
해당 지자체들은 물가상승률 반영에 따른 단가 인상 및 급식지원 일수가 확대된 데다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악화가 맞물리자 학교급식경비 지출을 어려워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7개 시·군이 학교급식경비 분담 비율을 조정해줄 것을 도교육청에 요청·한 상태다.
A시는 기존 도교육청 분담율 51.3%에서 60%로, 도청은 14.3%에서 20%로 각각 상향하는 방식으로 시 분담율을 하향해줄 것을 요구했다.
B시는 기존에 지자체가 내던 분담율을 28~40%에서 28~30%로 낮춰달라고 제안했으며 일부는 인건비 항목 제외를 원했다.
도내 기초지자체마다 학교급식경비 집행에 어려움을 느끼는 곳이 계속 늘어나자 올해 3월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도 일선 시·군이 지원해야 하는 비중을 경감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원=뉴시스] 1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중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먹기 위해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동탄중은 지난해 1학기부터 임태희 교육감 취임 이후 도입된 자율선택급식을 운영 중이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4.07.17. [email protected]
보수 교육감으로 불리는 임 교육감이 이번에 학교급식경비 내 인건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통 큰 결단을 내린 것도 세수 부족에 따라 어려워진 지자체 곳간 사정을 충분히 헤아렸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특히 학생들의 먹거리를 계산 없이 책임을 진다는 임 교육감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교육감이 지킨 경기도 무상급식
도내에서는 본격적으로 학교 무상급식이 시행되기 전에는 과천시가 이를 처음 실시했다. 2000년부터 시가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관내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교급식경비를 모두 지원했다.
이어 성남시가 2007년 초등 1학년을 대상으로 전액 자체예산을 통해 무상급식을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가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2010년 초등학교 모든 학년에 전면 도입했다.
이후 김 전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었던 무상급식이 도내에 도입됐다. 이 때 도교육청과 시·군이 상호 합의된 분담비율에 따라 이를 각각 지원해왔던 게 학교급식경비 사업 근간이 됐다.
당시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4곳만 무상급식에 참여하지 않았고, 나머지 27개 시·군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00%까지 학교급식경비를 지원했다. 이 중 23곳(85%)은 50% 이상을 부담했다.
이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도 전역으로 무상급식이 확대되자 일부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학교급식경비 분담율을 하향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각 시·군과 다시 합의에 따른 재조정이 들어갔고, 최대 50% 이하로 지자체 분담율을 낮췄다.
이후 2015년부터 경기도청이 초등학교 학교급식경비 분담에 참여한 뒤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지원대상을 유치원 및 중·고등학교까지 그 범위를 넓혀나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청도 기초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세수 부족에 따라 재정부담이 있지만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기초지자체와 상호 협력 체계를 강화해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급식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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