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레바논 곳곳 피란 물결…"길가에 시신 널려"
"모든 방향에서 폭격"…주민 수만 명 피란길 올라
[키암=AP/뉴시스] 24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키암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군 정보기지를 방문해 "우리의 전쟁 상대는 레바논 주민이 아닌 헤즈볼라"라며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2024.9.25.
CNN은 24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피란민의 증언을 인용, 남부를 비롯해 레바논 곳곳에서 벌어지는 피란 참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알리라는 이름의 한 남성은 "길가에 시신이 널려 있고, 사람들은 (공습으로) 팔이 날아갔다"라고 토로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지난 23일 레바논 남부에 헤즈볼라 시설 1600여 곳을 노린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 남은 "심지어 구급차조차 공습을 당했다"라며 분개를 감추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모든 방향에서 폭격이 멈추지 않았다"라고 부연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 전 레바논 남부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하는 문자 및 음성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규모로 진행된 이번 공습에서 주민들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공습 사망자만 500명이 넘는다.
알리의 아버지는 이번 공습이 헤즈볼라 시설을 노렸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을 두고 "거짓"이라며 "모든 가족이 사라졌다. 그들은 헤즈볼라에 소속된 목표물이 아니다. 우리는 남부에 거주했고 헤즈볼라와 그 대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또 다른 피란민인 옴 후세인의 가족들은 이번 공습으로 베이루트를 향해 14시간이 넘는 여정을 떠났다. 거리는 이들과 같은 피란민으로 가득했다. 그는 "식량과 물이 없다"라며 "옷도, 의약품도, 어떤 것도 챙겨오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인한 피란민은 수만 명 규모에 이른다. 레바논 정부는 수도 베이루트에 피란민을 위해 1만 명 규모의 대피소를 제공하기로 했으나, 이곳에 사람들의 숫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대피소는 주로 학교 및 직업 관련 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국경없는의사회 등이 매트리스와 소독 키트를 제공하고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인 메드글로벌도 담요와 옷가지 등 필수품 지원에 나섰지만, 혼란이 언제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레바논 남부 보르즈 칼라위예에서 베이루트로 피란을 떠난 12세 소녀 자흐라는 알자지라에 "폭탄으로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했다. 폭격 전 이스라엘이 보낸 문자를 봤을 때는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치우고 옷을 입으라고 소리쳤다"라고 했다.
레바논 동부 라이야크 주민인 후세인은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느꼈으나, 곧 공습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피란길에 오른 그는 "우리는 죽음을 봤다"라며 "우리 위로 비행기가 날아다니며 좌우와 연안, 교외를 공습했다.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라고 했다.
이른바 '북부 화살 작전'으로 불리는 이번 공습은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꼽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 시설 파괴를 명분으로 한 공습을 "레바논 주민이 아닌 헤즈볼라와의 전쟁"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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