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또 있지 않을까" 탄력 받은 경사노위…'정년연장' 논의도?
경사노위, 공무원 이어 교원 타임오프제 합의 성과
한때 무용론 불거졌지만…노정 대화 가능성 보여줘
다음 타겟은 '정년연장'…"내년 1분기까지 결론 낼 것"
노사 이견은 여전…12월 토론회 열고 공론화로 속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권기섭(왼쪽 아홉번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교원위원들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교원 근무시간면제심의 위원회 12차 전원회의'에서 합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윤석열 정부 초반 2년 가까이 '개점 휴업' 상태였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올해 들어 2건의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내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직접 '정년연장' 논의를 내년 1분기까지 결론 내릴 것이라고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대화에 속도가 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때 무용론까지 나왔지만…잇따른 성과로 내부 자신감↑
근무시간면제제도, 이른바 '타임오프제'는 노조 활동을 위한 시간을 임금손실 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동안 민간부문에만 적용돼왔지만, 지난 2022년 5월 국회에서 개정법이 통과되면서 공무원과 교원노조 전임자들도 타임오프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관련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11월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해 12월11일 시행 예정이었다.
하지만 면제시간과 사용인원 등을 결정할 심의위 구성을 두고 노정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6개월 동안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5월29일 노정이 극적으로 이견을 해소하고 심의위를 출범하기로 하면서 6월28일 첫 발을 뗐다.
노정은 유초중등교원, 고등교원의 특성과 조합원 규모에 따라 총 9개 구간으로 나눠 연간 면제 시간 한도를 부여하기로 했다. 민간 노조 대비 49% 수준이지만, 교원이라는 신분이 가진 사회적 역할을 감안해 노정이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한다.
이번 합의가 주목 받는 건 윤석열 정부 들어 팽팽하게 맞섰던 노정의 대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국회에서 별도 사회적대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위기를 맞았던 경사노위 내부는 잇따른 성과로 고조된 상태다.
권 위원장은 전날(28일) 고용노동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제가 온 지 이제 4개월가량 됐는데, 전임 위원장이 (논의를) 많이 다져주셔서 어렵다고 생각했던 현안이 타결됐다"며 "앞으로 뭔가 또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사회적 대화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기를 넘기면 (논의를) 못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지금 노동시장 현안들에 대해 합의를 하든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해 10월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11. [email protected]
"정년연장이 우선순위"…12월 공론화로 대화 속도 낼 듯
이 중 단연 주목을 받는 부분은 계속고용 혹은 정년연장을 다루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하며 의무가입연령, 즉 연금보험료를 내야 하는 연령을 현행 49세에서 64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언급하며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행정안전부와 대구시에서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단계적 연장하는 내용의 노사 합의를 이룬 것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권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고령자 계속고용과 정년연장 문제는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결론을 내야 하는 것이기에 우선순위 책무라고 본다"며 "지금이 사회적 대화의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넘기면 (논의를) 못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지금 노동시장 현안들에 대해 합의를 하든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황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계속고용위원회는 현재까지 8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노사 간 이견이 워낙 커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올리자는 입장이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 중인 유일한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맞춰 소득공백이 없도록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획일적인 법정 정년에 반대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층 일자리 축소를 초래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들은 일괄적인 정년연장 대신 정년 이후 재고용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계속고용은 정년연장과 비슷한 것 같지만, 퇴직 후 재고용이기 때문에 정년 전의 근로자를 고용할 때보다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
경사노위는 12월12일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의제 공론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처럼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되면 노사 간 평행선이 지속되니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해 공개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노사가 여러 가지 안을 냈지만 서로 간 입장차를 좁히거나 동의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안에서 논의하는 것만으로는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으니, 결국 논의 내용을 공론화하고 여론도 듣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작업은 일련에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논의 속도와 관련해서도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그는 "고용안정성을 높이 가져가려면 임금의 유연성은 감내해야 하는데, 이걸 어떤 선에서 정리할 것이냐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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