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삶 흔드는 대상포진…"막으려면 '이것' 중요"[인터뷰]
김신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신경 침범하는 대상포진…당뇨환자 위험 더 커
97% 예방 재조합 백신 등장 후 국내·외서 권고
"생백신 접종자도 재조합백신으로 재접종해야"
"고위험군에는 정부가 나서 비용 부담 낮춰야"
[서울=뉴시스] 김신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지난 12일 뉴시스와 인터뷰 진행했다. 2024.11.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당뇨병 환자는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감염질환인 대상포진의 발병 및 합병증 위험이 더 커,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합니다."
김신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늘(매년 11월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로, 국제당뇨병연맹(IDF)과 세계보건기구(WHO)가 환자의 적절한 관리를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IDF는 환자의 더 나은 당뇨병 생활을 위해 세계 당뇨병의 날 주제로 '당뇨병과 웰빙'을 선정하며 웰빙에 주목했다.
당뇨병 환자가 건강한 '웰빙'을 영위하기 위해 주의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가 감염증이다. 당뇨병은 충분한 인슐린이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된 인슐린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아 혈당이 높아지는 질병인데, 고혈당 상태는 체액성면역기능저하 등을 유발해 감염질환 위험을 높인다.
대표적인 감염질환 중 하나인 대상포진은 당뇨병 환자에서 발병 시 특히 극심한 통증과 함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체내에 침투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당뇨병 환자는 대상포진 바이러스 재활성을 억제하는 면역세포와 기능이 떨어져, 일반인에 비해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높다. 65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에서는 당뇨를 앓지 않는 사람보다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3.12배 높게 나타난 연구도 있다.
김 교수는 "대사적으로 건강하게 관리하면 당뇨병 없는 사람 못지않게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감염증"이라며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면 감염증에 취약하고, 특정 감염증에 걸렸을 때 후유증,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부수적으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뇨병은 하나의 합병증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 여러 병발 질환이 동반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합병증이 한 사람에서 병발할 수 있다"며 "감염증이 심뇌혈관 합병증의 촉발제가 되기도 하는데, 대상포진은 당뇨병 환자에서 발병 위험이 높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감염증의 공통점도 가진다"고 지적했다.
당뇨병 환자, 대상포진 합병증 위험 높아 대상포진 예방 필수
심혈관질환은 입원이 필요한 대상포진 발병 위험도 키운다. 심근경색 환자는 입원이 필요한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대조군 대비 1.6배, 심부전 환자는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선 감염증 위험이 커지고 질병에 걸렸을 때도 중증도,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며 "대상포진의 경우 어렸을 때 체내 침투 후 신경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성인이 된 후 면역이 떨어졌을 때 재활성화 되며 발생하는데, 대표적으로 당뇨병은 면역 저하 상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치료되더라도 신경통이 오래 갈 수 있어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대상포진은 처음엔 허리, 팔, 다리, 얼굴 등의 신경통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많을 정도로 신경 침범을 통해 이뤄진다. 신경 분포에 따라 생긴 물집이 군집을 이루면, 이미 병이 꽤 진행한 상태여서 추후 만성적인 신경통 후유증이 오래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적인 진통제로 잘 낫지 않아 심지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해 통증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는 "실제로 얼굴에 생긴 대상포진 신경 바이러스가 구안와사(안면 신경마비)로 이어진 환자를 본 적 있다"며 "그러면 입이 돌아가고 계속 침을 흘리는 후유증이 올 수 있다. 시신경이 침범되면 눈이 감기지 않는 후유증도 남는다. 다른 감염증의 위험을 공통으로 가지면서도 신경을 침범하는 특징 때문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꼭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백신 접종자도 재조합 백신으로 다시 맞아야…고위험군에는 비용부담 낮춰야"
이후 미국은 더 이상 생백신을 사용하지 않으며,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선 고령층 및 면역저하자에서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재조합 백신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싱그릭스 출시 후 대한감염학회는 예방효과 및 효과의 지속기간을 고려해 만 50세 이상 성인과 만 18세 이상 중증면역저하자에게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우선 권고했다. 생백신 기접종자에도 재조합 백신의 재접종을 권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대상포진은 국내·외 예방접종 권고안에서 간과돼왔는데 이는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가 50% 내외로 상대적으로 낮아서"라며 "하지만 90% 이상의 높은 예방효과를 가진 재조합 백신 등장 후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당뇨병학회도 당뇨병 환자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권고하고 있다"며 "다른 중증면역저하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일반적인 연령 기준에 맞춰 50세 이상에서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고, 장기이식 등 중증면역저하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18~49세에도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고 말했다.
기존에 생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도 재조합 백신의 재접종을 권했다. 김 교수는 "생백신의 예방 지속성이 증명돼 있지 않아, 과거에 생백신을 접종했던 사람도 예방효과가 높고 오래 지속되는 재조합 백신의 재접종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이 먼저 대상포진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또 상대적으로 높은 접종비용 때문에 재조합 백신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국가가 고령의 당뇨병 환자 등 고위험군에게는 무료 혹은 일부 환자부담 형태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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