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의 신화 완전히 깨졌다"-NYT
'이스라엘에 맞설 수 있다'는 장담 산산조각
조직 망가진 헤즈볼라 휴전 응할 수밖에 없어
지지 기반인 시아파 무슬림이 가장 큰 피해
이란의 반 이스라엘 네트워크 전혀 힘 못써
[가지예=AP/뉴시스] 27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이 발효된 가운데 레바논 가지예 도로가 고향 마을로 돌아가려는 실향민들의 차량으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2024.11.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헤즈볼라가 오랜 동안 이스라엘과 충분히 맞설 수 있다는 신화를 구축했으나 이스라엘에 의해 신화가 깨지면서 휴전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13개월 동안 이스라엘과 전투를 해온 헤즈볼라가 추종자들은 물론 누구에게라도 휴전 합의가 패배가 아님을 설득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이스라엘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강력한 무기와 잘 훈련된 특공대를 자랑하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것처럼 선전했다. 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지역 민병대들이 적극 지원에 나설 것으로 장담했다.
이번에 그런 신화가 모두 깨졌다.
이번 휴전 합의는 헤즈볼라가 3개월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조직이 사실상 망가진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
이스라엘 해즈볼라 지지 세력 본거지 집중 타격
헤즈볼라가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이스라엘에 로켓을 쏘아댄 탓에 레바논은 수십 년 사이 가장 큰 전쟁 피해를 입었고 중동 지역에서의 고립이 심화됐다.
레바논 등지의 반 헤즈볼라 세력은 전쟁으로 헤즈볼라가 더 이상 레바논 정치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됐기를 바란다. 다만 레바논의 어떤 정치 세력도 아직은 헤즈볼라에 맞설 만큼 강력하지 못하다.
헤즈볼라는 여전히 레바논에 전투원과 수천 명 이상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고 레바논 시아파 무슬림의 지지를 받고 있다.
휴전 발효 직후부터 수천 명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들은 경적을 울리며 노란색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면서 헤즈볼라가 살아남은 것이 곧 승리라고 강조했다.
지지자들 "살아남은 것이 곧 승리"
헤즈볼라는 전쟁 전 이스라엘에 대한 커다란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됐고 미국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쟁을 하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면서 이스라엘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헤즈볼라 지원 세력들이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이란의 반 이스라엘 네트워크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스라엘이 페이저에 폭탄을 심어 대원 수천 명을 살상하고 근거지를 대대적으로 폭격하는 동안 헤즈볼라는 장담하던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
휴전 합의를 위해 헤즈볼라는 크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가자 전쟁 중단 요구 철회 등 큰 양보
그러나 휴전 합의에는 가자 전쟁 중단이라는 요구가 눈곱만큼도 반영돼 있지 않다. 이스라엘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하마스를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또 헤즈볼라와 이란이 맹렬히 반대해온 미국의 개입도 허용했다. 이번 합의에서 미국은 휴전 감독 역할을 맡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헤즈볼라와 이란이 전쟁 중단에 목을 매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미 중동연구소(MEI) 레바논 전문가 폴 세일럼은 ”휴전 합의는 이란이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과거 이란을 공격하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폭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공격을 자제했다. 그러나 휴전 합의로 이란의 핵심 방어 요소가 사라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아직 반격하지 않고 있다. 확전을 피하려는 기색이 뚜렷한 것이다.
세일럼 연구원은 ”이란이 반격하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에 이란이 크게 밀리고 있다는 증거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지만 이란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레바논 내 위상에도 큰 타격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헤즈볼라의 무기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줄 것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원치 않았던 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레바논의 카네기 중동센터장 마하 야햐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부 동향을 우려한다. 헤즈볼라를 지지하던 사람들 중에서도 전쟁을 일으킨 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120만 명이 난민이 됐다. 이들 대부분은 레바논 남부 지역과 베이루트 남부, 베카 계곡 동부에서 사는 시아파 무슬림들이다.
이들을 제외한 수니파 무슬림, 기독교인, 드루즈파 무슬림 등은 헤즈볼라가 다시 이스라엘의 공격을 촉발할 것으로 우려한다.
전쟁 이전부터 어려운 경제로 인해 레바논의 피해 복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큰 타격을 받은 헤즈볼라 지지 기반의 피해복구가 힘들 것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파괴된 주택이 10만 채에 달하고 16만60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총 피해 규모가 85억 달러(약 11조8400억 원)에 달한다.
경제난에 처한 이란, 중동지역에서 헤즈볼라의 고립으로 재건 비용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헤즈볼라의 지도자들은 헤즈볼라가 계속 미사일과 로켓, 드론을 이스라엘에 발사했고 남부를 침공한 이스라엘군에 용감하게 맞섰다면서 휴전을 승리한 것으로 포장한다.
헤즈볼라파 레바논 의원 하산 파드랄라는 ”지금부터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끝나면 전투에서 복귀해 재건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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