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행인도 사망…투신한 여고생 기소한 日 시끌
[서울=뉴시스]일본 요코하마(横浜)의 한 쇼핑몰에서 지난달 31일 17살 여고생이 뛰어내리면서 토요일 밤을 즐기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걷던 32세 여성을 덮쳐 2명 모두 사망했다. 사진은 투신 사건이 일어난 요코하마의 쇼핑센터 앞에 경찰 통제선이 쳐진 모습. <사진 출처 : NHK> 2024.09.02.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일본의 한 쇼핑몰에서 지난 9월 17세 여고생이 투신하면서 길을 걷던 여성을 덮쳐 2명 모두 사망한 가운데 최근 일본 당국이 자살로 타인을 사망케 한 여고생을 기소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망한 10대를 기소하는 것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함이 아닌 오히려 무의미한 낭비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면 기소 자체만으로 투신하는 여고생과 함께 사망한 행인의 유족들이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데 이익이 될 수 있으며 추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8월31일 오후 6시께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한 쇼핑몰에서 발생했다.
당시 도쿄 지바현 출신 신원미상의 17세 여고생이 요코하마에 있는 쇼핑몰 12층에서 투신했는데, 추락하면서 세 명의 친구와 함께 쇼핑몰 앞 거리를 걷던 32세 여성 치바 치카코를 덮쳤다.
두 사람은 즉각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7세 소녀는 약 1시간 뒤 사망했고, 치바 치카코 역시 같은 날 저녁 사망했다.
치바 치카코는 쇼핑몰 인근 회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인데, 토요일이었던 사건 당일 친구와 요코하마역에 놀러 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여고생의 투신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경찰은 여고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9월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이 여럿 발생하는데, 투신한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던 만큼 학업에 대한 압박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건 이후 요코하마 경찰은 사망한 17세 여고생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는 점을 들어 해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사망자를 기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지 누리꾼들은 "죽은 소녀를 기소한 경찰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움의 극치" "사망한 17세 소녀와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도쿄의 한 싱크탱크 설립자인 이시즈카 신이치는 당국이 기소를 강행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짚었다.
그는 현지 매체를 통해 "만약 사망한 17세 소녀가 살아있었다면, 검찰이 그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간단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여고생의 사망으로 형사기소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처럼 기소를 강행함으로써 여고생에게 덮쳐져 사망한 32세 여성의 유족들이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데는 용이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시즈카는 당국이 자살행위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추후 방지하고자 자살을 선택한 사람의 법적 책임을 더욱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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