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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약해진 가자 권력공백, 갱단 무장집단 활개 가능성

등록 2024.12.02 12:04:13수정 2024.12.02 13: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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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마스 소탕 이후의 계획 없어

군벌 할거로 가면 아이티,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상황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이티에서 진행 중

[칸유니스=AP/뉴시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세 남매의 장례식이 열려 주민들이 아이들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희생된 남매는 각각 7세 하므자, 5세 압델아지즈, 4세 라일라 하산으로 확인됐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9명이 숨졌으며 당시까지 총 사망자 수는 4만4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24.12.02.

[칸유니스=AP/뉴시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세 남매의 장례식이 열려 주민들이 아이들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희생된 남매는 각각 7세 하므자, 5세 압델아지즈, 4세 라일라 하산으로 확인됐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9명이 숨졌으며 당시까지 총 사망자 수는 4만4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24.12.02.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하마스 소탕작전으로 생긴 권력공백 상태에 무장단체와 갱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전쟁은 암시장과 범죄 조직이 생겨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중앙 집권적인 통치기관이 없는 가자지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16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 사업기구(UNRWA)의 구호품을 실은 트럭 97대가 가자 남부에서 약탈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에는 담배 밀수 거래가 인도적 지원 호송대에 특히 문제가 됐다. 조직 갱단이 지원물품을 뒤져서 담배를 훔쳐 25달러에서 30달러에 팔았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소탕을 결심했으나 그 후의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 지구를 통치하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팔 자치정부와 가자 지구는 이질화가 심화돼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통합이 쉽지 않다.

가자지구에서 범죄 마피아는 때때로 가족이나 부족과 연결되어 있으며 세력이 약한 공식 기관과 경쟁하면서 일정 영역내에서 전통적인 정부 역할을 차지한다.

심지어 영토가 무장 집단간 자치 영지로 분할되는 전면적인 군벌주의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이런 집단은 아이티,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몰아내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폭력의 순환을 부추긴다.

영국 워릭대에서 조직 범죄의 역사를 연구하는 벤자민 T. 스미스 교수는 “전쟁 상태에 있는 모든 국가는 배급이나 기타 제한이 있는 즉시 암시장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암시장은 그것을 통제하는 집단을 부유하게 하고 힘을 실어주어 강력한 조직 범죄 네트워크의 부상을 촉진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칸, 아프가니스탄, 시칠리아 등에서처럼 준정치적 실체로 진화하기도 한다.

가자 지구는 지난해 10월 7일 테러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전에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오랜 수입 제한으로 기본 상품이 부족해 암시장이 번창했다.

영국의 켄트대에서 중동 정치학을 강의하는 야니브 볼러는 혈연과 혼인 관계로 연결된 대가족 집단인 가자 지구의 일부 일족이 오랫동안 그 무역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부족 민병대와 다른 무장 단체의 역할을 연구해온 볼러는 “그들은 항상 인신매매, 마약 밀매 등에 관여했고, 이스라엘 국경을 넘을 수 없는 상품 거래에도 연루됐다”고 말했다.

구호품 호송대를 매일 공격하는 것은 주로 무장 범죄 조직이며, 절박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약탈은 아니라는 것이다.

볼러는 “호송대를 습격하는 무장 갱단은 하마스 잔당일 수도 있지만 가자 지구의 일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정부는 전복했으나 이를 대신할 민간 행정부나 다른 권한은 없어 이로 인한 권력 공백으로 광범위한 무법과 범죄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일부 통제권을 회복하고 전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파괴와 무력화 목표를 달성한다면 가자 지구는 일족이 유일한 조직된 세력으로 정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설 것은 불가피하다고 볼러는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 비국가 무장 집단 전문가 반다 펠바브-브라운은 “권력을 만드는 방법은 무기를 갖는 것뿐 아니라, 굶주리고 있는 국민에게 끔찍한 환경에서 무기를 분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는 아이티,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에 비하면 아주 작은 영토다.

정부가 없는 상태로 오래 방치될수록 더 강력한 소규모 무장 단체가 생겨날 기회가 생기고 그들을 몰아내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볼러는 전망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종의 혼합형 시스템이 생겨났다. 정부가 어느 정도 통제권을 행사하지만 갱단이 일상적으로 지역 영토를 통제하는 것이다.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북아일랜드의 준군사 조직, MS-13과 같은 중미 갱단은 무장 단체에 탄력적이고 수익성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일반 시민에게 그것은 안전과 생계가 총을 든 사람들의 변덕에 달려 있는 폭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시스템에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선택지는 무장 집단을 결국 미래 정부에 통합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범죄 집단이 존속하고 정당이나 정부 관리들과 연합해 대중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펠바브-브라운은 발칸반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정당이나 강력한 인물은 종종 1990년대 후반 밀수 네트워크와 매우 깊은 연관이 있었다.

결국 중앙 정부가 없거나 존재해도 통제력을 행사하기에 너무 약하다면 결과는 훨씬 더 나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재 아이티에서 진행중이다.

처음에는 여러 정치인과 제휴한 소규모 범죄 조직으로 시작한 무장 집단이 이제는 정부를 압도하고 일반 시민을 총의 지배 아래 두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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