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증축 보수해준 구청, 철거명령?…법원 "처분 위법"
광주 서구, 위반건축물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서 2심 패소
노후주택 보수 지원하고도 민원에 뒤늦게 철거 시정 명령
1심 "적법 처분"…2심 "절차 하자, 공익 상 필요 대비 과도"
[광주=뉴시스] =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깃발.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무단 증축 사실을 모르고 경매로 구입한 주택에 대해 보수 지원 사업까지 제공하고도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지자체 처분에 대해 법원이 "위법하고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지자체가 뒤늦게 알았더라도 불법 증축 주택에 대한 철거·이행강제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2심은 행정 처분이 부당하다고 봤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A씨가 광주 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위반건축물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원고 A씨 패소 판결을 취소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구청장은 A씨에 대한 위반건축물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2014년 4월 광주 서구 광천동의 한 단층주택을 강제경매를 통해 사들여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 이후 서구는 노후 주택 보수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A씨의 주택 지붕·벽체에 대한 수리를 지원해줬다.
그러나 2022년 1월 서구는 불법 건축물 관련 민원을 접수, A씨의 주택 중 조립식 판넬 17㎡ 부분이 건축법을 어기고 무단 증축했다고 판단, 철거(원상복구) 시정 명령을 했다.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A씨는 이번 행정소송을 냈다.
앞선 1심은 "무단 증축 부분의 수리를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소관 부서가 불법 건축물 적발 부서가 아니어서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구가 무단 증축 부분의 수리를 지원했다거나 상당 기간 동안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 만으로 시정명령 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서구가 고의나 과실로 방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단순히 적발되지 않고 상당 기간 지났다는 이유 만으로 시정명령이나 이행강 제금 부과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교묘한 불법 건축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며 원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우선 "시정명령에는 어떤 부분이 무단 증축이고 원상복구의 대상이 되는지 특정할 수 있는 도면이나 사진 등 자료가 없다. 시정 의무의 범위와 내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A씨가 무단 증축이 이미 이뤄진 해당 주택을 경매로 사들인 만큼 무단 증축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원상 복구를 위해 철거할 경우 주거 효용을 심각하게 해하게 돼 A씨의 가족들의 불이익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서구가 위반 건축물의 매수인에 불과한 A씨에게 A씨의 재산권 혹은 그간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곧바로 시정명령 등 강제적 수단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나친 조치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어 "서구는 무단 증축으로 안전·기능·환경·미관 향상 등에 대한 검증·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 발생 등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막연하고 추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서구가 무단 증축 부분에 대한 전면 보수공사를 지원, 준공 검사를 마쳐 공익에 해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 볼 뚜렷한 사정은 찾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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