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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민간 대화 앱 기밀 누출에 말장난 대응"-NYT

등록 2025.03.27 06:54:39수정 2025.03.27 0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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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올린 헤그세스 장관 "작전 보안" 단어 사용

정확한 공격 시각 담은 매우 민감한 내용이나

트럼프 "기밀 아니다", 대변인 "전쟁 계획 아니다" 주장

[워싱턴=AP/뉴시스]라자 크리슈마무티 미 하원의원(오른쪽)과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이 26일(현지시각)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민간 대화 앱 시그널에 올린 내용들을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2025.3.27.

[워싱턴=AP/뉴시스]라자 크리슈마무티 미 하원의원(오른쪽)과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이 26일(현지시각)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민간 대화 앱 시그널에 올린 내용들을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2025.3.2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민간 채팅 앱 시그널에서 예멘 공격 작전 계획을 논의한 사건과 관련 미 백악관이 기밀이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말장난(using semantics)을 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백악관은 피트 헤그세스가 공유한 내용이 전쟁계획(war plan)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쟁계획의 의미를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일 경우 백악관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시그널 앱 대화에 우연히 참가하게 된 애틀랜틱(The Atlantic)의 편집장이 공개한 내용은 정확히 말하면 공격 시간표에 가깝다.

그러나 내용이 대단히 상세해 전쟁 계획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F/A-18F 슈퍼호넷 전투기의 출격 시간, 중동의 육상 기지에서 출발할 MQ-9 리퍼 드론의 이륙 시점까지 포함된 이 정보들은 정식 작전계획 문서에 담기는 공격 무기의 경로와 좌표와 같은 정도의 정보는 아니지만 작전 기밀 수준으로 민감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헤그세스 본인이 시그널 대화에서 "OPSEC(작전 보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 정보의 비밀성과 보안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헤그세스가 올린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1215et: F-18 이륙 (1차 타격조),”
“1345: '표적 기반‘ F-18 1차 타격 기회 시작(표적 테러범이 현재 알려진 위치에 있어 시간 엄수 예상) -동시에 타격용 드론(MQ-9)도 이륙.”

대단히 민감한 전쟁 계획임이 분명한 내용들이다.

전직 국가안보 관계자들은, 위 내용들이 헤그세스가 올릴 당시 분명히 기밀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시그널 채팅방 사건을 "사소한 일탈"로 규정하며, 기밀임을 확인하길 기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주미 대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기밀이 아니었다. 만약 기밀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국가안보 관계자들은 이 정보가 언제, 누구에 의해 기밀 해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정보가 공격 이후에야 기밀 해제되었는지 여부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짐 하인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26일 정보 책임자들이 참석한 청문회에서 “하늘의 은총으로 우리는 지금 전투기 조종사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헤그세스 장관을 강력히 옹호했다. 

그는 헤그세스가 '전쟁 계획'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레빗은 X(구 트위터)에 “애틀랜틱조차도 인정했다. 이건 '전쟁 계획'이 아니다. 이 기사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이 쓴 또 하나의 날조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썼다.

그러나 존 래틀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애틀랜틱의 보도가 정확한 내용이라고 증언했으며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맞는 내용이라고 인정했다.

두 사람은 헤그세스가 올린 내용이 ’정보기관의 기밀 정보‘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국방부 작전계획이 기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길 꺼렸다.

그러나 공격이 시작되기 전 언론이 백악관이나 국가안보회의에 헤그세스가 올린 내용들을 보도할 것으로 알렸다면 보도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을까? 후티 반군이 미군의 공격 타이밍을 사전에 알게 된다면, 조종사들이 위험에 빠진다며 보도 유예를 요청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임감 있는 언론들은 실제 공격이 끝날 때까지 보도를 유예했을 것이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이란에서의 작전에서도 몇 년 동안 여러 번 있었던 일들이다.

18명 이상의 고위 당국자들이 민감한 작전 시각 정보를 국방부 기밀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민간 대화 앱에 올린 일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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