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콤비 쿤체·르베이 "40년 파트너 비결은 우정과 존중"
모차르트·엘리자벳·레케바·마리 앙투아네트 협업
EMK뮤지컬컴퍼니와 손잡고 2021년 '베토벤' 초연
【서울=뉴시스】 미하엘 쿤체 & 실베스터 르베이.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9.11.18. [email protected]
18일 오전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파트너십의 비결에 대한 물음을 듣고 나서다. 르베이는 "저희 파트너십의 원천은 창작력과 우정의 연결"이라며 미소 지었다.
"협업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에요. 솔직한 의견 교환도 중요하죠. 오래도록 함께 하다 보니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해요. 저희 40년간 파트너십 비결은 우정과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입니다."
두 사람은 2010년 국내 초연한 '모차르트!'를 비롯 '엘리자벳'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등 EMK뮤지컬컴퍼니가 라이선스로 선보인 흥행 대작들을 협업한 파트너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킹 앤 아이'의 리처드 로저스 & 오스카 해머스타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에비타'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 & 팀 라이스 등 뮤지컬계는 환상의 콤비가 존재한다.
쿤체와 르베이의 콤비가 다른 콤비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대중음악 업계에서 먼저 만났다는 것이다. 1973년 독일 뮌헨의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나 1970년대 독일에서 결성한 트리오 '실버 컨벤션'의 '플라이 로빈 플라이'를 만드면서 처음 작업했다.
당시 디스코 열풍의 주역인 실버 컨베션이 부른 이 곡은 미국으로 넘어가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3주간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R&B 최우수 연주 퍼포먼스' 부문도 받았다.
이후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기 시작한 르베이는 1980년대 할리우드로 옮겨 '코브라' '플래시 댄스' 등의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73)와 협업하기도 했다. 쿤체는 소설가 등 다른 글쓰기를 계속했다.
그러다 쿤체의 제안이 르베이의 음악 경력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1988년 뮤지컬 '엘리자벳' 협업을 제의한 것이다. 1992년 오스트리아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은 유럽에서 가장 성대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그렸다. 이후 이들은 유럽과 한국, 일본 등에서 잇따라 흥행한 뮤지컬들을 양산해냈다.
【서울=뉴시스】 미하엘 쿤체 & 실베스터 르베이.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9.11.18. [email protected]
르베이도 우리 둘 사이에는 "특별한 화학작용이 있다"고 확인했다. "쿤체가 작품을 만들 때 1막의 그 장면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나요라고 물으면 그 부분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래서 '네 맞아요'라고 단번에 대답하죠. 저희는 동일한 감정을 유지해요. 저항감 없이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죠. 하하."
쿤체와 르베이가 함께 한국을 찾은 것은 5년 만. 지난 1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레베카' 다섯 번째 시즌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 모두 지한파로 EMK뮤지컬컴퍼니와 한국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두 사람은 17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내린 '마리 앙투아네트' 이번 시즌 공연도 나란히 객석에서 지켜봤다.
쿤체는 "공연에 압도당했어요. 가련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면서 "한국 배우들의 표현력이 뛰어난 덕분"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르베이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공연에 대해 "감정이 벅차서 말이 잘 안 나왔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문정 감독의 오케스트라는 특별해요"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레베카' 이번 시즌 첫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르베이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는 힘든 앙상블을 갖고 있죠"라고 했다.
쿤체와 르베이의 한국 사랑은 EMK뮤지컬컴퍼니의 4번째 창작뮤지컬이 될 '베토벤'을 작업하는데 이르렀다. 내년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은 악성(樂聖)이라 불릴 정도로 클래식음악계에 획을 그은 인물. 청각 장애에도 명곡들을 쏟아내 '불굴의 의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도 통한다.
【서울=뉴시스】 미하엘 쿤체 & 실베스터 르베이.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9.11.18. [email protected]
무엇보다 쿤체는 뮤지컬 '베토벤'이 베토벤을 단순히 기리기 위한 작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베토벤)가 살아내야 할 이야기에요. 삶 자체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는 것과 진짜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예컨대 베토벤의 외부적인 성공과 내부의 자아를 찾아가는 결정의 과정이요. 베토벤은 저항적인 모습을 지녔던 사람입니다. 이런 지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르베이는 베토벤의 오리지널 음악을 변주, 또는 차용하며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전체 35~40곡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날 몇곡을 공개했는데 베토벤의 음악이 멋스럽게 녹아들어간, 모던한 곡들이 탄생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훌륭한 음악을 해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이에요. 감정, 본질, 핵심을 해치지 않으려고 하죠."
이들의 이전작 '모차르트!'는 또 다른 위대한 클래식 음악가 모차르트가 주인공이었다. 이 작품에서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모차르트는 마치 록스타처럼 그려진다. 르베이는 "뮤지컬 '베토벤'은 좀 더 모던한 감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베토벤이 아직까지 컴플레인을 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하"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쿤체와 르베이는 역사적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베토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쿤체는 단순히 유명 인물을 이야기하고픈 것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인물들을 파고 들며 동시대적인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아실현', '자유', '해방' 등을 언급했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 해당하는 주제다.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역사적인 인물들이 이런 주제를 이야기할 때 비교적 편하고 쉽게 해주죠. 그런데 하나의 이야기로만 그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관객들이 '내 모습이 담겨져 있구나'라고 공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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