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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유통통합전산망, 9월 개통인데...업계는 이견 여전

등록 2021.05.11 11:50:46수정 2021.05.11 15: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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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현실적 문제 많아…관 주도, 해결 어렵다"

문체부 "정부 사업 신청하려면 전산망 통해야"

출판유통통합전산망, 9월 개통인데...업계는 이견 여전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최근 아작출판-장강명 작가 논란으로 불투명한 출판유통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계약금과 인세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출판사는 사과했지만, 출판가의 '깜깜이 유통' 불신에 불을 지핀 상태다.

특히 정부 주도의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9월 개통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출판사, 서점 등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출판유통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산망을 운영하는 진흥원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처럼 책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출판계는 "영화와 책은 다르다. 돈만 버리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아작출판, 작가들 모르게 저서 관련 이득 챙겨

과학소설(SF) 전문 출판사인 아작은 이달 초 작가들에게 계약금, 인세를 제때 지급하지 않고 판매내역을 성실하게 알리지 않았으며 오디오북도 무단으로 발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아작 측은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후속 조치로 오디오북을 포함한 2차 저작권 권리 포기와 함께 앞으로 문체부의 '출판 분야 표준 계약서'로 모든 계약을 맺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올 9월 운영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해 도서의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정보화·전산화해 저자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장 작가는 "아작출판사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하지만 신뢰관계를 이어가기는 어려워 출판계약은 해지하고 책은 당분간 절판 상태로 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2차 저작물 무단 발행과 계약금 지급 누락은 처음 겪는 일이지만 인세 지급 누락은 다른 출판사들에서도 몇 번 겪었다"며 "영화는 전국 관객이 몇 명인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공개된다. 그런데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 달라. 효과가 불분명한 예산 나눠주기식 지원 사업을 지양하고 대신 출판계 인프라를 개선하고 감시 감독을 강화해달라"며 "인세 지급 누락, 2차 저작권 침해, 그외 계약 위반을 신고하고 상담할 수 있는 상설 전문센터를 두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진흥원, 9월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정식 운영

아작 측이 해결책 중 하나로 언급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도서의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정보화·전산화해 출판유통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제공한다.

지난 2018년 시작된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구축, 운영한다. 지난해까지 45억원의 예산이 들어갔으며 올해 7억9000만원이 더 투입된다. 

출판사가 책 정보를 입력하면 유통사와 서점이 이를 공유해 활용할 수 있다. 서점에서의 판매량 역시 통합 집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 개별 영화 정보와 함께 관객 수, 일별 매출액, 전체 매출액 등이 공개되는 것처럼 책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어느 수준까지 판매, 유통 정보를 공개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기술적 구현은 어렵지 않지만 결국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출판계 "영화와 출판 달라…현실적으로 어려워"

출판계는 통합전산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영화와 책은 다른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통합전산망에는 약 1600개 출판사가 회원으로 등록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현재 출판사가 5000개 정도 되는 상황에서 3분의 1도 채 가입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송성호 출협 상무이사는 "전산망 구축 이야기가 나온지 3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진행 과정이 불투명하다. 그 불투명성이 전산망 가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송 상무이사는 "그간 사업설명회 등을 진행하긴 했지만 시스템을 홍보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어떤 데이터가 얼마나 있고 어느 수준까지 진행됐는지 등 정보 공개가 전혀 없었다"며 "당장 9월 정식 운영이면 4달도 남지 않은 건데 제대로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영화전산망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영화는 1년에 300개 남짓 나오는 반면 책은 1년에 8만종 정도가 나온다. 이는 신간만 생각한 것이고 작년, 재작년 등 과거에 나온 책들까지 생각하면 어마어마하다"며 "그 많은 책을 다 전산화해 등록하고, 또 관리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인데 그에 대한 대안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9월 시스템 오픈이라지만 당장 진흥원장의 임기가 6월까지고 새로운 원장이 오면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시간만 끌고 돈만 버리는 사업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정부 지원 사업 전산망 통해야…결국 함께할 것"

문체부는 9월 정식 운영 이후 출판사, 서점 등의 가입은 더 늘어나 운영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정부 지원 사업을 받으려면 전산망을 통해서 신청해야 한다"며 "전산망 운영 준비는 다 되어 있다"고 말했다.

중소 서점들의 매출액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반발 등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 사업으로 다 같이 들어와야 제대로 된 통계, 의미있는 통계가 나온다"는 입장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출판 산업은 영화 산업과 달리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별 문제가 없다. 일반 대중들을 위해서도 통합전산망 구축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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