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유튜브가 쏘아올린 스트리밍플레이션

등록 2024.03.29 10:35:14수정 2024.03.29 11:45: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대한민국은 음악과 유튜브를 사랑하는 국가다. 지금이야말로 유튜브가 제공하는 서비스 이상의 것을 한국 팬에게 제공해야 할 최적의 시기다. 한국에서는 7900원이 적합한 가격이다." (아담 스미스 유튜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부사장, 2016년 12월 '유튜브 레드(현 유튜브 프리미엄)' 국내 출시 행사에서)

'광고 없이 유튜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장점', '다른 국가보다 저렴한 구독료',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혜택'을 내세워 프리미엄 멤버십 가입자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한 유튜브가 최근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멤버십 가입자들이 크게 늘자 유료 서비스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인상된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료는 1만4900원.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함께 주요 OTT들과 견줘도 고가에 속한다. 특히 인상 폭이 42.6%에 달한다. 인상 이전 구독료(1만450원)가 2020년 9월 당시 8690원에서 20.3%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2배 더 커진 셈이다.

구독료 수입으로 콘텐츠를 제작·투자하는 넷플릭스, 티빙 등의 구독료 인상은 제작 물가 상승분이 반영됐다는 이유로 일부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는 현재 프리미엄 멤버십 가입자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사실상 포기했으며 콘텐츠 창작자들이 피땀 흘려 만든 영상 유통을 중심으로 광고·구독 상품·후원(슈퍼챗) 등 이익을 얻는다.

그런데도 유튜브 측은 "여러 경제적인 요인 변화에 따라 이에 맞춰 (구독료를) 조정했다"며 구독료 책정에 심사숙고를 거쳤다고 말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때문인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이번 구독료 인상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전형적인 플랫폼 독점 전략의 폐단이자 횡포라고 꼬집는다.

방송통신위원회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유·무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 전체 1위(71%)다. 프리미엄 멤버십 이용률은 유료 OTT 중 3위(6.6%)에 달한다.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보다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이용률이 더 높다.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난 데는 통신사들과의 제휴도 한몫했다. 국내 통신사들은 구글 유튜브와 제휴를 맺고 저렴한 가격에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앞다퉈 내놨고, 그 덕분에 단기간에 가입자들을 대거 끌어모을 수 있었다.

사실 넷플릭스 등 애초 유료 서비스인 다른 OTT와 달리 유튜브는 무료 서비스 기반이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구독을 끊어도 영상은 보는 데는 문제가 없다. 영상 재생 중간중간 광고를 봐주면 된다.

하지만 광고 없는 영상을 편리하게 시청해 온 시청 환경에 익숙한 멤버십 이용자들이 다시 그런 불편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다. 70~80인치 TV를 보다가 40~50인치 TV로 다운그레이드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유튜브는 지난해 '건너뛰기'가 안되는 30초 광고를 도입하는 등 프리미엄 멤버십 비가입자의 광고 의무 시청 시간을 늘린 상황이다.

'유튜브 뮤직'도 멤버십을 포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하면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영향인지 지난달 유튜브 뮤직 앱 월 이용자 수(MAU, 모바일인덱스 기준)는 686만여명으로 멜론(689만여명)과 음원 스트리밍 앱 1위 다툼을 이어갈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에 유튜브 뮤직 서비스를 불공정 거래 행위의 일종인 '끼워팔기'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던 이유다.

'광고 없는 영상 재생'과 '공짜 뮤직'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이미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의 노예나 다름없다. 구글 유튜브가 파격적으로 멤버십 가격을 올려도 포기하기 쉽지 않다. 무료 혹은 염가로 플랫폼 이용자들을 대거 끌어들여 서비스에 익숙하게 한 뒤 일시에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는 플랫폼 독과점의 전형이나 다름없다.

유튜브의 일방적인 구독료 인상에 올해 유튜브 국내 매출은 이전보다 상당히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튜브가 국내 프리미엄 멤버십 수익을 아일랜드 법인으로 받는 등 돈을 우회적으로 벌고 있어 유튜브 국내 매출액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망을 무료로 이용하면서도 실제 매출에 대한 법인세 징수도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 일부 OTT 기업들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협조해 통신사들의 '구독료' 할인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유튜브 프리미엄' 결합 상품 가격은 인상 중이다. KT에 이어 SK텔레콤도 6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관련 T우주 구독 상품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독과점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아무런 정부 대책이 없다는 게 아쉽다. 만약 국내 플랫폼 기업이었다면 저 같은 폭리식 가격 인상이 가능했을까. 정부의 플랫폼 정책이 자칫 국내 기업만 옥죄이는 '옥상옥' 규제가 아닌, 해외 독점기업들이 함부로 횡포를 부릴 수 없도록 국내 대항마를 키우는데 중점을 둬야 할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