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국정원, 베트남전 학살의혹 정보 15글자만 공개"
한국군에 74명 사망 베트남 학살 사건
국정원, 공개 소송 패소 하자 정보 전달
민변 "조사한 기록 일체 공개 요구한다"
[서울=뉴시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공개한 국정원이 보낸 '마이크로필름 촬영 목록' 문건. (사진=민변 제공) 2021.04.09. [email protected]
민변은 9일 "우리는 15자가 적힌 초라한 목록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아내는데 정보공개청구시부터 만 3년8개월이 걸렸다"며 "다섯 번의 승소 판결 후 가까스로 받아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민변 베트남 전쟁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퐁니·퐁넛 학살사건' 관련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국정원에 요청했다.
퐁니·퐁넛 학살사건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74명 학살사건이다.
이 사건은 '제2의 미라이 학살'이라고 불렸을 만큼 학살 규모, 양태가 처참해 외교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1969년 11월 학살과 관련된 1중대의 1소대장 최모 중위, 2소대장 이모 중위, 3소대장 김모 중위를 신문했다.
[서울=뉴시스] 청년단체 연꽃아래 회원들이 지난 2018년 3월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1심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활동이 가진 공익이 정보 비공개로 얻는 이익보다 크다"며 TF 주장을 받아들였고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진 뒤 판결은 확정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판결이 확정된 직후에도 퐁니·퐁넛 학살 사건 정보를 '제3자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비공개 처분했다.
TF는 "국정원의 이 같은 행태는 법률적으로 부당한 행태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숨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국정원의 부당한 비공개 재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 소송 1심은 소대장들의 생년월일 일부를 제외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2심 역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로써 의미가 있다"며 판단을 유지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국정원 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국정원은 확정 판결 후 TF에 해당 정보를 발송했다. TF가 공개한 해당 정보 '마이크로필름 촬영 목록' 문건에는 군인 3명의 이름과 지역명 등 총 15글자만 적혀있다.
이날 TF 소속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우리는 국정원이 선제적으로 퐁니·퐁넛 학살에 관해 당시 장병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록 일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며 "진실을 언제까지 감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만약 국정원이 거부한다면 또다시 기나긴 소송 절차를 거쳐서라도 반드시 공개받을 것"이라며 "일부로 추정되는 학살 관련 참전군인들은 이제 인생의 정리기에서 사실을 밝히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퐁니·퐁넛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61)씨는 "참혹한 학살 사건으로 정말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순식간에 다 죽어버렸다"며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저 희생자들을 위한 진실만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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