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수위 교육부 폐지·축소설…사학비리·한계대학 어쩌나
安 인수위원장, 후보 시절 교육부 폐지 공약
이주호 전 장관도 폐지론 담은 보고서 제출
"총리실 맡으면 결국 중앙정부 통제하는 꼴"
"8% 정원 미달 한계대학 조정 누가 맡겠나"
교총 "초중등 교육과 대학 입시 선발 엇박자"
22일 교육계 안팎에서는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 3명이 모두 정보통신,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로 교육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새 정부에서 교육부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방안이나 이명박 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인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만든 방안이 거론된다.
안 위원장의 공약은 오는 7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하는 만큼 교육부는 교육지원처로 규모를 줄인 뒤 국교위에서 결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또 대학의 자율적 운영 확대와 연구 기능은 총리실 산하 소관 부처로 이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안 위원장 자신의 공약과도 비슷하다.
안 위원장은 19대 대선 당시인 2017년 4월 KBS가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에게 교육부 폐지론에 대해 "세월호 참사 때 해경 폐지와 마찬가지"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당시 유 후보가 "교육 문제는 교실 안의 교육 내용을 바꿔주고 사교육을 안 받아도 공교육이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하자, 안 위원장은 "교육부 폐지에 대해서는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하는데 다 실패했다. 정부의 컨트롤타워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전 장관 등이 내놓은 방안은 교육부의 대학 담당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기능은 각 부처로 분산하자는 내용이다. 대학 입시 업무는 국교위로 보내고, 등록금 등 재정·장학·정책·학사 업무는 총리실 산하 가칭 교육위원회, 연구·평생교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문대학 지원은 고용노동부로 각각 분산해 이관하는 방안이다.
이 전 장관 등은 이를 담은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대학은 교육부의 산하기관처럼 취급돼 강한 통제와 지시를 받고 있다"며 "대학도 정부출연연구원처럼 총리실에서 최소한의 규제와 조정 업무만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03.21. [email protected]
그러나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으로 활동했던 안선회 중부대 사범학부 교수는 "국교위가 법제화됐기 때문에 교육부 권한 대폭 축소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총리실에 대학을 맡기면 결국 중앙정부에서 대학을 통제하는 건 똑같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교육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개혁에 나서야 하는데 그러려면 권한과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며 "(이 전 장관 등의 주장처럼) 책임 소재를 분산하면 개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것은 일종의 교육 포기 선언이나 다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예로 대학 분야에서 새 정부 앞에 놓인 과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개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대학 정원 8.6%에 해당하는 4만586명이 미달됐고, 지방대에 3만458명(75%), 전문대에 2만4190명(59.6%)이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내놓고, 평가에서 최하위권으로 분류된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과감한 구조개혁을 세 차례 주문한 뒤 회생 가능성이 없는 대학은 퇴출키로 했다. 폐교 대학의 청산을 돕는 지원책도 마련 중에 있다.
만약 교육부 대학정책 소관 실·국을 폐지한다면 이런 업무는 어디서 맡아 수행하겠냐는 지적이다. 이 전 장관 등은 대학의 '인수합병'을 활성화한다는 방안을 대안으로 언급했으나, 많은 지역 대학들이 통·폐합을 추진하다 학내 분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학비리에 대한 관리·단속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개교 이후 단 한 차례도 종합감사를 안 받은 대학이 111개교(전체 40%)에 달했다. 교육부가 이 중 연세대, 고려대 등 정원 6000명 이상 대규모 대학 9개교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총 448건의 부정 비리를 적발해내기도 했다.
교육부가 적발해 낸 비리 중에는 회계분야가 148건(33%)으로 3분의 1을 차지했다. 고려대 일부 교수들이 법인카드를 부적절한 장소에서 분할 결재한 사례도 포함됐는데, 장하성 전 주중대사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폐지론의 근거가 되는 국교위 운영을 취지에 맞게 하기 위해서도 교육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전 총장은 2020년 학술지 '열린교육연구'에 기고한 '국가교육위원회 적정 모형 개발을 위한 탐색적 연구' 논문에서 국교위가 중장기 교육정책 입안이라는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현안에 대응하는 교육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장은 논문에서 "국민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교육 현안 대응은 정치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며 "교육부가 폐지되면 결국은 국교위가 그 일을 담당할 수 밖에 없고 현 정부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이라는 블랙홀에 빠졌던 것처럼 국교위도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교육부 폐지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대학 업무를 여러 부처로 쪼갠다면 단순히 정부조직법만을 고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의 감독 권한을 규정한 관련 법안도 모두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교육부 소관 법률과 시행령은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등 260여건에 이른다.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교육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한 우려는 초·중등 분야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논평을 내 "초·중등 교육과 대학 선발이 엇박자가 날 수 있고, 이 경우 교육 파행과 사교육 심화, 교육 양극화로 이어져 결국 학생, 학부모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인수위를 향해 "이명박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로 단순 물리적 통합을 했다가 ‘물과 기름’의 결합이라는 혹평을 받았었다"며 "과학 홀대 주장이 지속돼 결국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로 분리됐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수위는 최근 7개 분과 인수위원에 이어 전문·실무위원 인선을 마무리했다. 전문위원에는 김일수 교육부 산학협력정책관, 황홍규 서울과기대 미래융합대학 초빙교수 2명이 교육계 인사로 꼽힌다. 황 초빙교수는 공직에 입문한 뒤 청와대 교육비서관실 행정관, 교육인적자원부, 광주시교육청 부교육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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