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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에 사라지지 않는 안희정의 흔적들… 인물·정책·상처 등

등록 2018.04.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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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뉴시스】충남도청 한 부서 게시판에 전시된 안희정 전 지사의 양성평등 캠페인 모습.

【홍성=뉴시스】충남도청 한 부서 게시판에 전시된 안희정 전 지사의 양성평등 캠페인 모습.

【홍성=뉴시스】유효상 기자 = 안희정 전 지사가 불명예스럽게 사퇴한지 한 달 째를 맞고 있지만, 충남도청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는 그의 흔적들이 눈총을 받고 있다.

 5일로 안 전 지사가 정무비서 김지은씨의 성폭행 폭로로 도주하다시피 불명예스럽게 사퇴한지 꼭 한 달이 됐다.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의와 신사의 아이콘이었던 안 전 지사에 대한 배신감과 허탈감이 컸다. 하지만 더욱 공무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일이 터졌을 때 그의 처신이다.   

 김씨의 폭로가 있은 즉시 안 전 지사는 사퇴서 한 장 남겨두고 자신과 함께 일했던 윤원철 정무부지사, 신형철 비서실장, 장훈 미디어센터장 등 정무라인들과 연기처럼 사라졌다.

 여기에 8년 동안 뒷바라지 했던 도청 공직자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조차 없었다. 폭로가 있었던 날 충남도청에서 안 전 지사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도청 공무원들은 피의자 신분이 되어 검찰조사까지 받고 김지은씨 외에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 상황이어서 안 전 지사에 대한 미운 정까지 없애야 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안 전 지사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아직도 곳곳에 흔적처럼 남아 있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이를 계속 추진할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워지지 않는 안 전 지사의 흔적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사람과 정책이다.

 ◇ 충남도 산하기관장과 정무라인 임명한 직원 사퇴압박 거세

 안 전 지사가 영입한 산하기관장들이 아직도 거취표명을 안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라인들은 모두 연기처럼 사라진 마당에 산하기관장들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안 전 지사와 선긋기까지 하면서 자리에 연연하고 있다.

 안 전 지사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던 한 산하기관장은 "안 전 지사와 원래 가깝지 않았고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신임을 받고 있다. 내가 왜 자리를 내주야 하느냐"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립대학장, 충남보건환경연구원장, 충남연구원장,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다른 사람의 흔적은 미디어센터 등에 안 전 지사 또는 정무라인이 임기계약직으로 고용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직도 자리를 지키면서 그 어떤 입장 표명도 안하고 있어 공무원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들은 안 전 지사 또는 정무라인들에 의해 특별채용됐고 임금과 후생복지 측면에서 상당한 호의를 받는가 하면, 안 전 지사 홍보 전위대 역할을 했기 때문에 공무원들 눈밖에 났다.  

 오는 7월 새로운 도지사가 취임하기 전까지 이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 3농혁신, 행정혁신, 양성평등 등 정책의 흔적

【홍성=뉴시스】충남도청 1층에 전시돼 있는 안희정 전 지사와 도청 간부들이 서명한 성과계약서.

【홍성=뉴시스】충남도청 1층에 전시돼 있는 안희정 전 지사와 도청 간부들이 서명한 성과계약서.

여기에 또 다른 흔적은 안 전 지사가 추진해왔던 행정혁신, 3농혁신, 양성평등 등 주요 정책이 애물단지가 됐다.

 안 전 지사는 행정혁신을 요구하면서 혁신담당관실을 만들고 자신의 입맛대로 업무를 추진한 공무원들을 우대했다.

 눈에 띄는 행정혁신의 실체는 간부와 직원들의 자리를 수평적으로 하거나 일부 업무를 개선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여성공무원들을 우대해서 사무관 승진시켜주면서 양성평등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소개했다.   
 
 안 전 지사가 도민들에게 보여주기식 행정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도청 간부공무원 성과계약제이다. 안 전 지사는 도청내 국장, 과장급인 3~4급 공무원들과 올해 일하는 목표를 계약하고 서명을 한 후 도청 로비에 전시해놓았다.

 도청내 안 전 지사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는 데도 그동안 안 전 지사의 전위대 역할을 했던 혁신담당관실서 관리하는 간부들 성과계약서는 도청 로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시행정의 전형을 지켜보는 민원인과 도청 공무원들은 "아직도 안 전 지사의 이름과 서명을 봐야 하느냐"며 눈살을 찌푸린다.

 안 전 지사의 민선 5기, 6기 대표적 정책이었던 3농혁신 역시 실체 없는 안 전 지사 포퓰리즘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단국대 농경제과 교수를 3농혁신 추진위원장에서 정무부지사로까지 앉혀 농어업, 농어촌을 크게 혁신할 것처럼 내세웠다,

 하지만 도청 공무원들은 "충남의 농어업 농어촌 개발 성적표는 초라함 그 자체여서 천문학적인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편적으로 감사위원회에서 3농혁신 관련 일부 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이다 지휘부의 압력을 받아 중단했다고 도청 공무원들은 귀띔했다. 

  ◇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

 "안 전 지사에게 화가나는 것은 8년동안 한결같이 뒷바라지 해준 충남도청 공무원들에게 그 흔한 예의 조차 없는 것입니다. 피해자와 가족, 국민들에게는 미안하면서 도청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고 도망치듯 사퇴하고 무책임하게 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할 수록 화가 납니다."

 충남도청 한 공직자는 8년이란 세월이 작지도 않고 그동안 도지사 한사람만을 보고 주말까지 반납해가면서 밤새워 일했던 열정에 대해 허탈감을 나타냈다.

 도청 공무원들은 안 전 지사를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8년 이란 세월동안 쌓였던 세월의 흔적까지 하루 아침에 지우지는 못하고 있다.

 남궁영 충남도지사 권한대행은 4월 월례조회에서 "생각하면 할수록 상처만 아프니까 다 잊자"고 했다.

 도청 공무원들은 대체적으로 수긍하면서도 4일 2차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는 안 전 지사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yreport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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