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곤 시립대 교수 "붕괴 위험 지적했으나 보강 부실"
"3월에 의견서 냈지만 보강 제대로 되지 않아"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서울 동작구 다세대주택 공사장에서 흙막이(축대)가 무너지면서 인근 유치원이 사실상 붕괴되자 국토교통부가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email protected]
이수곤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상도유치원 부근 상도초등학교 앞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질조사가 꼼꼼하게 되지 않았다. 단층이 무너지는 걸 고려하지 않은 설계"라며 "이미 지난 3월에 붕괴 가능성을 예측한 의견서를 냈지만 제대로 된 보강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이날 공개한 자문의견서는 상도동 다세대 주택 신축 공사 현장 점검 지역을 대상으로 지난 3월31일 현장을 답사해 지질 상태를 확인한 후 작성한 내용이다. 당시 이 교수는 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의견서를 작성했으며 유치원 측은 이를 구청과 교육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서에는 "본 대상지역은 변성암의 일종인 편마암으로 구성된 지반이며, 편마암 내에 연정성이 비교적 뚜렷한 단층들이 관찰되고 단층 표면에는 점토(단층점토)가 많이 충전돼 있다"고 기재돼 있다. 또 "이런 지질 상태는 취약한 지질상태로, 철저한 지질조사 없이 설계·시공을 하게되면 붕괴 위험성이 높은 지반"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이 교수는 "좀 더 철저한 지질조사를 수행해 새로운 하부 굴착사면의 설계를 신중하게 재검토하고 굴착시공을 하길 추천한다"고 제안했다.
추가 조치로는 시추지질조사와 시추공 내 영상촬영, 지표지질조사 수행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암반을 채취한 전단강도 파악 등을 이 교수는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유치원 건물 붕괴 위험 사고는 적시에 제대로 된 보강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지질조사를 통해 내시경을 보듯 충분히 볼 수 있음에도 몇 백만원을 아끼기 위한 구청 측의 안일한 판단으로 사전에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내의 토목공학 기술자들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보조공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일하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관공서에서 투자를 주저한다"며 "전문가들이 보면 붕괴 가능성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재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6일 오후 11시22분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상도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있다는 이상 신고가 들어와 상도유치원 현장에는 소방과 경찰, 구청 관계자 등이 출동한 상태다.
건물은 약 10도 정도 기울어진 것으로 측정됐으며 원인은 공동주택 공사 중인 주변 공사장의 지반 침하로 인한 축대 붕괴로 추정된다.
동작구청은 이날 현장 브리핑의 질의응답에서 "유치원 측에서 안전진단에 관련해 요청이 온 바 있고 때문에 관계자들에게 보완 지시를 했다"며 "그런데 결과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유치원이 설령 무너진다고 해도 동쪽으로 무너질 것이며 반대로 무너질 일은 없다"면서 "학생들의 통학로 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파편이 튈 염려 때문에 선제 조치로 주민들을 이주시킨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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