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생시민권' 폐지 발언에 수정헌법 14조 논란 격화
【인디애나폴리스=AP/뉴시스】 “출생시민권을 행정명령으로 폐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30일(현지시간) 소개되자 미국에서 헌법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27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2018.10.31.
【서울=뉴시스】 이운호 기자 = “출생시민권을 행정명령으로 폐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미국에서 헌법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악시오스 온 HBO(Axios on HBO)’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이 들어와서 아이를 낳으면 시민으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모든 혜택을 주는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 뿐”이라며, “출생시민권은 말도 안 되는 법이다.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할 것이라고 밝힌 출생시민권은 수정헌법 14조에 명시되어 있다. 미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 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수정헌법 14조는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도에서 해방된 흑인들에게 미국 시민으로써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1868년 헌법에 추가되었다.
출생시민권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달리, 폴리팩트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자국에서 태어난 아기를 시민으로 인정하는 속지주의를 채택하는 나라는 최소 32개국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된 직후,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은 WVLK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명시된 “출생시민권 제도를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중단시킬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그리고 “나는 보수주의자로써 미국헌법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헌법을 고치는 작업은 매우 긴 법적 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상원에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수정헌법14조가 불법이민자들을 미국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며 제도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그대로 가져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의 대통령은 헌법을 삭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헌법수정에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헌법을 고치기 위해서는 연방 의회 3분의 2, 주 의회 4분의 3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7년 공동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시민의 65%가 현행 출생시민권을 유지해야한다고 밝힌 반면, 단지 30%의 시민들이 불법이민자들의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현 출생시민권 제도는 1898년 웡킴아크 대 미합중국 (Wong Kim Ark v. the U.S.) 소송에서 확정되었다.
이 사건은 해외를 여행하고 돌아온 중국계 미국인 웡킴아크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근거로 입국을 거절당하자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미연방법원은 6-2로 그의 입국을 허가하며 수정헌법 14조는 미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약 100년 후인 1982년 대법원은 1898년에 이뤄졌던 수정헌법 14조 해석이 불법이민자들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플라이어 대 도, 텍사스 주(Plyer v. Doe, Texas) 라는 이름의 이 재판에서 미 대법원은 영주권 없이 거주하는 아이들도 무상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여전히 대법원이 출생시민권과 관련한 명확한 해석을 내린 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시민권은 국가가 다양한 특권을 개인에게 부여하는 대신 각 개인은 법을 준수한다는 내용의 계약에 해당하는 것이며 불법이민자들은 필연적으로 이 계약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출생시민권 폐지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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