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도 대출규제에 '발목'…10월 경매물건 연중 최다
강남3구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 22건, 1년새 최다
평균응찰자수는 7.4명…시장불황 조짐보여 인기↓
투기지역 대출규제 강화돼 '현금부자'만 진입가능
전문가 "경매 물건 많아지면 경기 안 좋다는 뜻"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9·13부동산 대책 이후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60주 만에 꺾였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2018.11.09. [email protected]
11일 지지옥션 등에 따르면 10월 강남3구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2건으로 최근 1년내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낙찰율은 63.6%, 낙찰가율은 98.1%에 그쳤다. 평균응찰자수도 7.4명에 불과했다.
경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능한한 대출을 활용해 투자에 나선다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시장상황에 민감하다. 강남3구는 최근 1년간 집값 상승폭이 커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투기지역의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주식시장 불안, 미중무역 분쟁, 금리인상 가능성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강남3구 경매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시경제가 안 좋으면 경매물건도 조금씩 늘어나고 낙찰가율도 떨어진다"며 "경기가 앞으로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니까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매시장 열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강남3구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수는 서울 전체(7.5명)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매물이 나와도 호가를 올리지 않아 낙찰가율도 낮아진다.
지난달 강남3구에서 응찰자가 가장 많이 몰린 물건은 서초 방배동 아크로리버 58평형 17층 물건이다. 응찰자 20명이 모였지만 감정가 14억의 101%인 14억1557만9000원에 낙찰됐다. 같은 평형 16층 물건 시세는 호가로 15억3000만원이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는 "상승기때는 강남에 매물이 나오면 30~40명 몰리고 낙찰가율도 120~130% 정도 됐는데 그때보다 인기가 떨어졌다"며 "지금처럼 9.13 대책으로 대출도 묶여있고 투자자들이 숨죽이고 있는 상황에선 이것도 많이 들어온 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경매 물건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보통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빚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가구가 늘어나면서 경매 물건도 증가한다. 다만 경매를 신청한 물건이라도 일반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값이 2~3억씩 오를땐 경매를 진행하지 않기도 한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오를 때 임시적으로 경매를 미뤘던 사람들이 지금 집값이 빠지려고 하니 빨리 처분하려고 할 것"이라며 "경매하는 사람들은 보통 싸게 받아 차익을 노리는데 집값이 빠지면 경매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 물건이 나와도 처리가 잘되지 않아 쌓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물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난건 아니지만 7~8월처럼 집값이 오르는 추세가 아니고 대출규제도 가해져 일정 수준 매물이 늘어난 것 같다"며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이 커져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남 부동산시장이 하방압력을 받고 있어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출규제와 연말 예상되는 금리인상이 겹치면 내년초부터 경매 매물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강남3구는 투기지역으로 묶여있어 대출도 쉽지 않아 '현금부자'가 아니면 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금리 상승기엔 경매 물건이 조금씩 늘어난다"며 "거시적으로 봤을때 경매물건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기가 안좋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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