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 시동 건 정부…쌀 직접지원? 국제기구에 추가공여?
'WFP·유니세프 800만달러 공여' 발표 앞당겨
北 추가 인도지원 규모·시기·방식 논의 계속
직접 지원, 대북 지렛대 효과…北 호응 변수
국제기구 공여, '투명성' 등 논란 여지 적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및 인도적 지원 관련 관계부처 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05.17. [email protected]
정부는 지난 17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달러를 공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의결했다가 국가재정법에서 규정한 집행 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무산됐던 사업을 우선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취지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대북 인도지원 국제기구 공여 발표는 예정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졌다. 시급성을 감안해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없는 사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관계부처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영·유아와 임산부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인 만큼 정부는 시급성을 감안해 조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대북 인도지원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례 추진했다가 외부 요인으로 무산된 사업부터 다시 추진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논란을 최소화해보겠다는 것이다.
'800만달러 공여'는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을 거듭하면서 집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에 접어든 가운데 협상의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한 상황관리 차원의 일환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 방식과 당국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후속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평양=AP/뉴시스】지난 13일 평양의 한 식품 공장에서 이곳 작업자가 쌓여있는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북한 공장들은 도시의 상점에 품질 좋고 먹음직스러운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으나 북한 정부와 국제 원조 단체들은 북한이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19.03.22.
그러나 이 방식은 위험 요소도 많다. 무엇보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로 국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북한에 쌀을 지원한다고 나설 경우 여론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여기에다가 북한도 선전매체 등을 통해 인도적 지원이 '생색내기'라고 비난하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약 북한이 정부의 식량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나설 경우 또 다른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절충안으로 대북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은 규모가 적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직접지원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후속 지원을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식은 국제기구가 집행부터 사후 모니터링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분배 투명성 논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공여금의 일부가 국제기구의 행정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최종 지원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는 단점은 있지만, 정부는 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한 당국자는 "WFP와 유니세프에 800만달러를 공여하는 것은 기존에 추진하다가 무산된 것을 다시 추진하는 성격"이라며 "추가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수일 내에 추가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이 확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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