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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고용 증가에도 '비정규직' 정의 17년째 그대로…경사노위 첫 회의

등록 2019.11.07 14: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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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비정규직' 논의...노사 합의 첫발

고용부 요청으로 경사노위서 논의키로 해

2003년 노사정위 합의 후 공론화 비껴 가

'비정규직'은 통계·법 모두에 비공식 용어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12개 지방노동위원회 포함), 최저임금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미래당 김동철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0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12개 지방노동위원회 포함), 최저임금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미래당 김동철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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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성과가 도마에 오르면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분류에 따라 상이해지는 고무줄 통계를 막고, 신(新)산업이 만들어낸 다양한 고용형태까지 포괄하기 위해서다.

7일 정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논의는 그간 노동계와 재계, 학계 모두에 단단한 매듭이었다. 2003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신)에서 어렵게 노사간 합의를 거친 후 최근까지 공식적으로 공론화 되지 않았다. 이에 근거해 실시되는 통계청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역시 십수년간 동일한 기준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적극 추진해 왔는데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비정규직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정규직 정의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는 기존 부가조사에 없던 '고용 예상 기간'을 세분화했다. 이로 인해 30만~50만명에 이르는 기간제가 비정규직에 추가됐고, 그 결과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750만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하며, 무려 12년만에 최고치였다.

정부는 달라진 기준을 근거로 수치 악화에 대해 해명했지만, 논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범위 재설정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달라진 노동환경을 현행 기준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고, 이 같은 문제가 산업발전 저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상용직을 좋은 방향으로 늘리려는 것까지 단순히 비정규직 증가로 매도당하는 상황이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 역시 "근무조건이 열악한 1차, 2차 밴더 하청업체들도 현행 기준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고민해야 될 부분"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은 통계상의 용어도, 법정 용어도 아니라는 데 있다. 법률 자체도 비정규직을 다루지만 '시간제보호에 관한 법률'로 명시돼 있다. 전에 없던 형태의 고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와 상이한 방식으로 고용된 이들을 기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기준으로 분류하면 범법지대에 놓이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사노위가 7일 비정규직과 정규직 범주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현정부에서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비정규직 정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처음이다. 노동과 법 등 각계 전문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회에서도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가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은 그간 정부가 주도해왔던 비정규직 문제를 노사합의기구로 옮겨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고용부는 '고용형태 다양화에 따른 법제도개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노동법학자들과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내고 경사노위에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노사 간 찬반양론이 팽팽한 이 문제를 정부 주도로 다룰 경우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민간영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 의지로도 읽힌다. 최근 배달기사, 운전기사 등을 고용한 플랫폼산업에선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건 정부로서는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영역까지 손질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이를 위해 경사노위라는 공론의 장으로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그간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해결해 왔지만, 공공과 달리 민간영역의 법·제도 개선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본다"라며 "아직 시작단계고 갈 길이 멀지만 결국 제도 개선이란 노사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수순인만큼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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