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학 온라인강의, '일베 놀이터' 됐나…노무현 모욕 충격
금오공대 첫 온라인 강의 900여명 몰려
수강신청 변경기간 안끝나 '전체공개'로
故노무현 조롱 댓글 쏟아내…일베 의심
"523㎞로 봉하산에서 떨어지면 죽나요?"
노 전 대통령과 클럽DJ 합성한 사진까지
교수 사무실로 전화…"노무현 살아있다"
교수 "말도 안되는 상황 벌어졌다" 한탄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국내 대학들이 첫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전날 금오공대 A교수가 진행한 온라인 강의에서는 익명성에 숨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쏟아졌다. 2020.03.17. (사진 = 금오공대 유튜브 온라인 강의 화면 갈무리)
온라인 강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이처럼 도 넘은 장난이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강의는 전체공개 상태로 진행됐기 때문에 해당 수업 신청자들이 이런 행위를 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뉴시스 취재 결과 전날 오후 금오공대 A교수가 유튜브를 통해 진행한 첫 온라인 강의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장난 댓글과 전화 등이 쏟아졌다.
A교수는 전날 개강 이후 금오공대 학생들의 수강 변경 신청 기간이 끝나지 않은 만큼, 원하는 학생들이 모두 수업을 들어볼 수 있도록 이날 강의를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유튜브 '전체공개'로 진행했다.
A교수에 따르면 이 강의 수강을 신청한 학생은 38명이었다. 그런데 이날 온라인 강의에 접속한 인원은 약 900명에 달했다. 외부 세력의 접속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당시 A교수는 "역사상 처음 있는 국가적 재난을 맞아 처음으로 유튜브로 강의를 하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다. 댓글이나 전화를 통해 질문을 하면 답을 하겠다"며 수업을 시작했다.
A교수는 강의 주제인 고체역학과 관련된 학생들 질문을 받기 위해 댓글창을 활성화하고 사무실 전화번호를 공개했지만, 이날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온라인 강의에서 유튜브 댓글이나 전화를 통해 수업 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참가자는 1명도 없었다.
강의 시작 약 20분 후 A교수는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갔는데, 한 참가자가 갑자기 댓글을 통해 "시속 523㎞로 봉하산에서 떨어지면 죽나요?"라는 질문을 뜬금없이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뒷산에서 등산 중 극단적 선택을 서거했다. 일간베스트(일베) 등 일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월23일을 '중력절'이라고 칭하며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있는데, 이를 빗댄 질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질문이 올라오자 A교수는 "봉하산이 어디인지는 모르겠는데 시속 523㎞로 떨어지는 것은 동력학이니 다른 교수한테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국내 대학들이 첫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전날 금오공대 A교수가 진행한 온라인 강의에서는 익명성에 숨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쏟아졌다. 2020.03.17. (사진 = 금오공대 유튜브 온라인 강의 화면 갈무리)
일베 등 커뮤니티는 노 전 대통령을 클럽 DJ로 포토샵한 사진을 공유하고 이를 'MC무현'이라고 부른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음성과 음악을 합성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백여명의 외부 접속자들이 일베 회원으로 의심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A교수는 "이게 무슨 뜻이죠? 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오니까 정신이 없네요. 일단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 계속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강의 종료 약 10분 전 한 참가자는 교수 사무실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지금 라이브인가요? 교수님 화이팅. 노무현은 살아있다"라고 말한 뒤 끊었고, A교수는 "여러분의 질문을 받기 위해 전화하라고 한 건데, 앞으로는 전화를 안 받겠습니다"라고 말했다.
A교수가 강의를 마무리 하려고 하자 다른 참가자가 전화를 걸어 "지금 어떤 학생이 교수님 강의에 올라온 댓글들을 일베에 올리고 테러를 하고 있다. 얼른 댓글창을 닫으라"고 전해주기도 했다.
강의 이후 실제로 일베 커뮤니티에는 A교수의 온라인 강의를 볼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A교수는 수업 말미에 "이상한 것이 많이 오네요. 지금은 방법을 모르겠는데 다음 시간에는 유튜브 댓글 기능을 끄겠습니다"라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네요"라고 말했다.
첫 온라인 강의를 마친 A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교수이기는 하지만 유튜브 등 생방송에 대해서는 초보인 만큼 나름대로 다른 학생들과 '문제가 없나' 점검을 하고 진행을 했는데 댓글이 그렇게 달릴 줄은 몰랐다"며,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이 수업을 들어볼 수 있도록 강의를 전체 공개로 바꿔놨는데 익명성에 숨어 고인을 모독하는 댓글을 올린 참가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A교수는 "강의 링크가 어떻게 유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노 전 대통령 조롱 등 고인 모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왜 교육 현장에서 그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며 "함께 수업을 들은 학생들 중에도 당황한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 조롱 등은 예전부터 문제였는데 이번에 실제로 겪어보니 우리나라의 상당한 적폐 중 하나라는 것을 느꼈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다음 수업부터 유튜브로는 댓글을 안 받고 학교 학생들만 글을 올릴 수 있는 서버를 통해 질문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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