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될 재난지원금 재원 1조 불과…사업성 기금 수술해야"
나라살림연구소 "해외여비·업추비 등 불용 예상…관광·체육 사업도"
남아도는 기금 여윳돈 14조3천억…국채 발행 없이 재원 마련 가능
융자 사업→이차보전 전환도 방법…미래 수입 줄어 조삼모사될 수도
[세종=뉴시스]사업성 기금의 여유 자금 규모. (자료 = 나라살림연구소 제공)
다만 사업성 기금의 여유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7일 나라살림연구소에서 발간한 나라살림브리핑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인해 올해 중 집행이 어려운 사업의 규모는 총 1조6167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이용, 전용 등 예산 재구조화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1조원가량에 불과하다고 연구소는 판단했다.
세부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지출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는, 즉 불용될 항목으로는 해외여비가 꼽힌다. 올해 중앙 정부 전체 여비는 7173억원으로, 국내 여비 4780억원, 국외업무여비 1819억원, 국외교육여비 574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연구소는 의원 외교 활동에 편성된 43억원 규모의 여비나 공무원 인재 개발용 교육여비 243억원, 국외 군사 교육 75억원 등은 전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관광·체육 항목에 속한 예산 사업 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의 규모는 6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마이스(MICE, Meeting·Incentives·Convention·Exhibition) 산업 육성 지원에 사용될 283억원, 외래 관광객 유치 마케팅을 활성화하는 데 지원될 774억원, 해외에서의 한국 관광 광고에 사용될 341억원, 국제 체육 교류 지원에 필요한 177억원 등을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재택근무 등으로 업무추진비 역시 일부 불용이 예상된다. 올해 예산에서 업무추진비는 1998억원만큼 반영돼 있다. 연구소는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가 편성된 국방부에서 257억원만큼을 줄여 집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회 외교에 편성된 17억원도 재난지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항목이다.
이밖에 코로나19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불용이 발생할 수 있는 항목도 다수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올해 3495억원 규모로 편성된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사업은 지난 5일까지의 집행액이 144억원, 집행률은 4%에 불과했다. 집행률이 현저히 낮은 사업 중 불용이 예상되거나 불요불급한(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사업은 재난지원금으로 용도를 돌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융자 사업을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연구소는 제안했다. 정부가 직접 조성한 자금을 대출하는 융자와 달리 이차보전은 시장에서 조성된 자금에 대해 정부가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간 차액만큼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시장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융자 사업을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하면 자금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 융자를 위해 40조원의 여유 재원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이차보전 방식으로 돌리면 1900억원까지 필요한 금액이 낮아지는 식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융자 사업 총액은 39조원을 넘는 수준이다. 이 중 22조원이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전환 작업을 통해 7조원 정도의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연구소는 주장했다. 다만 당장의 재정 지출 여력을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미래에 회수할 융자금 수입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조삼모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더해졌다.
가장 근본적인 재정 구조조정 작업은 기금의 정비가 돼야 한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현재 적립금이 과도하다고 평가되는 사업성 기금의 여유 자금 규모는 14조3000억원 정도로 집계된다. 실제 사업에 지출된 금액은 5조1521억원에 그쳐 사업비 대비 여유 자금의 비중이 274%에 달했다. 일례로 영화발전기금의 여유 자금 규모는 5000억원을 넘지만, 실제 사업에는 348억원만 지출됐다. 장애인고용촉진기금도 1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여유 자금에 비해 실제 지출된 규모는 3000억원에 불과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쪽에선 돈이 남아돌고 다른 쪽에선 부족한 국가 재원의 비효율성이 존재한다"면서 "경제의 규모와 방식이 달라지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기금 및 특별회계는 처음 계획된 수입과 지출의 규모가 일치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동태적으로 목적 사업에 맞는 수입 규모와 지출 규모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기본적으로 예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추경 편성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것이며 필요시에만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감액을 검토할 사업의 예시로는 국방, 의료 급여, 환경, 공적개발원조(ODA), 농·어촌,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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